
"아이가 말없이 쓸쓸하게 방으로 들어갔고, 뭐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가 어디서나 당당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훈계를 하였지만, 받아들이는 아이입장에서는 섭섭한 마음이 컸는지 말없이 축 처진 어깨를 하고는 본인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완고함 대신 유연함이 필요한 이유
40대 직장인은 회사에서 중요한 업무도 많이 맡는 시기이고,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보다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처리해야 안심이 되는 성향으로 바뀌는 경우들이 종종 있게 되고, 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감정낭비를 하게 되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으로 다른 후배들에게 일을 맡기게 되면 그 자료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 다시 한번 검증을 하게 되면서 업무 처리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되고 신경도 더 많이 써야 하는 상황들이 생겼었습니다.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한참 힘들었을 때에 우연찮게 가게 된 서점에서 '김정호 저자의 흔들릴 줄 알아야 부러지지 않는다'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목부터가 지금 제가 겪는 어려움에 대한 답을 줄꺼같은 느낌이 들어 보게 되었습니다. 직장생활과 가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와 중압감을 마주하는 시기에 스스로를 지나치게 몰아세우기보다 유연한 태도로 삶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책으로 지금까지의 저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회사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실수를 하거나 흠이 잡히게 되면 고과에든 평가에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해 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게 저의 삶을 너무 힘들게 몰아세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랜 시간 지키고 있었던 완고함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말없이 방으로 들어간 날
퇴근 후 집에 도착해서 쉬고 있는데 큰아이가 곁에 와서는 학교에서 친구와 있었던 이야기와 성적문제로 힘들어하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이가 약한 생각과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었고, 당당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던 때라, 아이가 가지고 있는 불안을 감싸 앉아주기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며 엄격하게 훈계를 했었습니다. 아이는 저의 이야기에 실망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본인 방으로 돌아갔고, 그 모습을 보면서도 저는 아무 말이 떠오르지를 않았습니다. 그 뒷모습을 보고 내가 너무 아이를 강하게 키우고 싶다는 내 생각에 너무 완고하게 아이를 대해왔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을 적용하고자 마음을 먹고 바뀌게 된 생각은 삶을 살아가는데 완벽함도 중요하지만 유연함 역시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완벽함과 완고함 보다 아이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같은 추억과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 가정에서도 완강한 가장의 모습을 벗어버리려고 사소한 이야기라도 많이 나누려고 노력하였고, 아이들에게도 먼저 다가가서 친구처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몰래 아이들을 불러내서 같이 과자도 사 먹기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파스타도 같이 먹기도 하면서 함께 웃고 놀았더니 아이들이 저를 대하는 모습이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아이들도 예전의 아빠는 무서울 때도 있고, 어려웠는데 지금 아빠는 친구같이 편안하고 재미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회사 보고서, 처음으로 후배에게 맡긴 날
회사에서의 완고한 모습을 내려놓기 위해 변화하고자 한 것 중에 한 가지는 바로 보고서 작성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혼자서 다 하느라 시간도 허비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하면 지금은 현장파악은 이 사람에게 자료조사는 저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분배를 해주고 협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후배들이 해온 자료를 검토하는 시간도 필요하게 되었지만, 꼭 내가 원하는 퀄리티를 추구하기보다 어느 정도에서 수용하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는 것을 일을 하면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고서 작성을 다하고 결과를 보니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을 보면서 내가 다하지 않아도, 내가 꼭 만족할 만큼이 아니더라도 별 문제없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평가 이후 후배들을 모아놓고 너희들이 잘 준비해 줘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너무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줬더니 너무 좋아하는 표정의 후배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저의 방법이 부드럽지 않았더라는 것을.. 후배들에게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나 혼자 다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회사 동료들에게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유연한 자세를 가지면서 내가 짊어지고 있는 짐을 많이 덜어낸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주변사람들에게도 편안한 분위기를 줄 수 있었고, 저 스스로에게도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삶을 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의 전문성이 강조되는 업무에 대해서는 제가 직접 계획하고 마무리하는 업무도 있기는 합니다만 전체적으로는 협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고, 팀원들을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그 방법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느 정도 책의 내용을 적용을 하면서 느낀 것은 무조건 완강하게 하는 것도, 무조건 유연하게만 하는 것도 답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두 가지의 상반된 방법들이 어느 정도 절충선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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