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최재천의 숙론, 내가 말을 멈추자 회의가 20분 만에 끝났다

by yoo12191 2026. 8. 4.

'회의실에 5~6명이 있었는데 아무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았다'

얼마 전 이번 분기 주요 프로젝트를 위해 팀이 회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안건을 이야기하자마자 서로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앞다투어 본인의 이야기를 하기 바빴습니다. 통상적으로 보통의 많은 회의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는데 이럴 때 최재천 작가의 숙론에서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숙론에서 이야기하는 "경청"을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를 고민하였고, 제 삶에 적용해 보았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회의실이 시장바닥이 된 날

프로젝트 관련 회의를 하기 위해 회의실에 팀원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5~6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 회의를 시작하였는데 회의 안건이 나오자마자 서로 본인들의 생각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의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서로서로 앞다투어 본인 의견을 이야기하다 보니 오히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본인 이야기만 점점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후 다른 팀원들이 이야기할 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는커녕 다음에 본인이 할 말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게 보였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니 서로 답답한 마음에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고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다른 사람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반박거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회의에 답답함을 느끼며 저의 이야기를 앞세워 이야기를 하였고, 결국 회의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이 본인의 의견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보니 목소리만 점점 커지고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결국 1시간 30분이나 회의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방향성조차 잡지도 못하고 서로 성질만 내면서 회의를 끝내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이건 시장바닥도 이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신이 없었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이대로는 절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최재천 작가의 숙론이라는 책을 무심코 보게 되었습니다. 

숙론에서 이야기하는 문장 하나, 말 멈추고 그냥 지켜봤더니

숙론에서는 대화의 출발점이 상대를 제압하는 토론이 아니라 깊이 듣는 경청에 있다는 부분을 강조하였습니다. 처음에 회의를 한다는 것은 결국 나의 생각과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여 프로젝트에 적용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일전에 느꼈던 시장바닥 같은 정신없는 회의를 경험하고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에서 강조하는 경청이라는 것을 적용해 보고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진행된 회의시간이 도래하고, 다시 팀원들이 모였습니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저번과 같이 서로서로 본인의 의견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 모습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전과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은 본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다음 순서 봐서 또 이야기하려고 생각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고, 상대방의 이야기는 묵살하고 본인의 이야기는 적용되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본인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계속 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하기 바빴다면 지금은 가만히 내 주장을 줄이고 지켜보니 비로소 사람들의 의도와 본질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책에서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그 회의와 겹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머랄까 회의 진행하고는 상관없이 3인칭 시점에서 전체적인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회의, 메모하며 들었더니

경청을 시도해 보고자 결정한 후 제가 생각했던 것은 조용히 관찰하는 것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메모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본인 이야기를 계속하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니 답답함을 느끼고 더 이야기하려는 모습을 보고는 잠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먼저 하지 않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들으면서 메모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히 메모를 하고는 회의 중간 잠깐의 틈이 생겼을 때 "과장님이 이야기하시는 것을 가만히 들어보니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라고 생각이 드는데 맞으시죠?"라고 물어보니 환하게 웃으며 자기가 하는 이야기가 그게 맞다고 말하는데 표정까지도 밝아지는 것을 보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으며 똑같이 의견에 대한 핵심내용을 정리해서 피드백을 주었고, 그 피드백은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같이 듣고는 서로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의견들을 정리해서 이야기하니 1시간 30분이나 소요되었던 시장바닥 같던 첫 회의때와는 달리 20분 만에 회의 목적에 맞는 현실적인 대안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내 주장을 잠시 내려놓고 경청과 메모라는 단순할 수도 있는 도구를 활용했을 뿐인데, 서로 간의 오해로 가득했던 회의실의 분위기가 단번에 정리되는 경험은 정말 너무나도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정리해 주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와 의견을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때 비로소 다른 사람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여유가 생긴다는 것을 두 번의 회의를 통해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