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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침묵, 변명 대신 침묵이 나를 지키는 수단이 됐다

by yoo12191 2026. 8. 5.

침묵 후 한두 시간 뒤 아내가 "그냥 내 이야기 들어줬으면 해서 한 이야기였어"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전까지 나는 회사에서나 가정에서 무슨 화두가 있었을 때 정답을 주려고 하든가, 혹은 이야기를 길게 하면서 설득을 시키든 아니면 오해 안 받도록 설명을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침묵을 배우는 시간"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내가 지금까지 했던 방식과는 다르게 침묵이 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 한 권이 바꾼 것, 코르넬리아 토프 '침묵을 배우는 시간'

저는 어릴 때부터 사람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좋기도 하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사람들을 대할 때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게 지낼 때가 많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크게 반대의견 내지 않고 맞춰서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커서도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익숙했던 거 같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부탁을 할 때 하기 싫을 때나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거절의 뜻을 내비치는 것이 싫어서 어지간하면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혹 도와주고 싶어도 정말 도와주기 어려운 상황일 때에는 못 도와주는 이유를 길게 이야기하며 설명하고 그것을 설득까지 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을 보면 정말 상대방에게 불편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구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코르넬리아 토프의 "침묵을 배우는 시간"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삶의 방식에 큰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의견의 다툼이 있을 때에든지,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에 설명을 하기보다 침묵을 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질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주의 깊게 보았던 대목이 침묵으로 감정을 추스르면 논리적으로 말할 여유가 생기고 대화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제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에 반하는 내용으로 저자의 이야기처럼 정말 그럴까 하는 의심과 궁금증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타 부서 업무 요청, 단호하게 거절하고 침묵했다

몇 개월 전 분기별 업무성과 보고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보고자료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3~4일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제 본연의 업무를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집중해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때도 잠깐 틈이 나서 자료를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타 부서에서 예상치 못하게 업무 협업 요청이 왔습니다. 그리고는 여러 개의 파일을 공유하면서 최대한 빨리 관련 자료 조사와 데이터 정리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때 저는 몸이 두세 개가 더 있어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아무리 제가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걸 어려워한다 하더라도 도저히 추가로 맡아서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침묵을 배우는 시간의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재촉하려고 찾아온 타 부서 팀장에게 저는 요청 주신 사항은 체크하였습니다만 저희도 서둘러서 마무리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 일정이 있기 때문에 이번 주 안에는 저희도 어려울 거 같습니다.라고 이야기 하고는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한 직후 보지는 않았지만 느낌상 팀장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변한 것을 느낄 정도로 기분이 안 좋은 것을 알았지만 그 상대 역시 더 이상 도와달라고 떼를 쓰면 안 될 것 같다고 느꼈는지 결국 돌아가 버렸습니다. 이후 들리는 말로는 저의 거절과 침묵이 타 부서 사람들과 윗사람들 사이에서 성의 없는 사람, 사회생활 못하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저의 결정으로 인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안 좋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였지만 그때 당시의 저의 거절과 침묵은 저 스스로를 지키는 수단이기도 했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또 업무를 맡게 된다면 저는 틀림없이 번아웃이 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바쁜 업무가 끝나고 그때의 타 부서 팀장과 가볍게 차 한잔 하게 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거절과 침묵했을 때를 떠올리며 그때는 도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했다고, 저희도 업무가 너무 밀려있었던 때에 추가로 타 부서 업무까지 맡아서 하게 된다면 틀림없이 낮은 퀄리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거 같아 시간만 빼앗는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해 줬습니다. 그랬더니 팀장도 이야기를 하기를 거절을 받았을 때 순간 화가 나기도 했지만 오히려 거절해 줘서 미련 없이 빨리 업무 처리하게 돼 결과적으로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내의 속마음을 꺼낸 건 내 침묵이었다

최근에 아내가 회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회사일에 바빠서 집에 오면 가정일에 많이 신경을 쓰지 못하고 지냈는데 어느 날 저녁 아내가 제 옆에 와서는 이번에 가게 된 회사에서는 이런 게 어렵고 저런 게 불편하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는 저는 이런 건 당신이 이렇게 하면 좋을 거 같고, 저런 건 당신이 다르게 이해하면 좋을 거 같다는 식으로 조언을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아내는 입을 꾹 닫고는 말없이 저를 지긋히 바라보다 방으로 가버렸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내는 평소 이런 속에 있는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저의 조언이 듣기 불편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대화 없이 각자 볼일을 보고 있다가 아내가 다시 와서는 "아까는 그냥 내 투정 섞인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해서 한 말이었어"라고 본인 생각을 털어놓았습니다. 순간 생각이 들었던 것이 만약 각자 볼일을 보고 있었던 한두시간의 침묵이 없었더라면 서로의 다른 생각과 의견에 더 질려했을 거 같았다는 생각과 침묵이 마음을 추스르고 생각을 정리할 계기가 됐을 거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로 아이들 교육관련해서도 아내는 주변 엄마들과의 소통 때문인지 저보다는 강한 학구열을 가지고 있어서 대화를 하던 중에 약간의 언쟁이 생겼습니다. 순간 서로 기분이 상했을 그때 10~15초 정도 아무 말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였습니다.  그 시간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고 저의 흥분된 감정을 다스리려고만 했더니 감정적인 대화 대신 이성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의 침묵은 나의 감정뿐 아니라 상대방의 흥분도 가라앉힐 기회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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