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이 안 좋다고 했는데 커피 들고 사무실로 왔습니다." 나는 No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와 사무실도 가까이에 있고, 하는 업무도 비슷한 회사 동료가 있습니다.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닌데 너무 말이 많은 것이 큰 단점입니다. 저의 업무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연락이 와서는 바쁘냐고 물어보면서 본인 용건을 이야기하는 그 사람에게 저는 저를 지키기 위해 처음으로 NO로 답변했습니다.
배려한다고 들어줬는데 나를 위한 배려는 아니었다.
자주 얼굴을 보는 회사 동료부장은 하는 업무도, 나이 때도 비슷하고, 사무실도 가깝게 있고 서로 혼자 있다 보니 자주 점심을 먹는다거나 연락할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연락이 와서 같이 밥을 먹자고 하였는데 그날 저는 몸이 좋지 않아 가볍게 점심을 해결하고 빨리 쉬려고 했던 터라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같이 점심을 먹었습니다. 저는 어렵게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가서 쉬려고 하였지만, 회사동료 부장은 잠시 커피를 사겠다고 하였고, 기다렸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데 각자의 사무실로 돌아갈 줄 알았지만 웬일인지 제 사무실로 오는 거였습니다. 왜 본인사무실로 가지 않는지 궁금하였지만 무슨 이유가 있을까 싶어 상황을 보았고 결국 또 영화, 만화, 사회, 역사 등등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몸이 점점 축나기 시작했고, 결국 점심시간 10분 남겨놓고 어느 정도 할애기를 다했는지 수고하라고 하며 돌아갔습니다. 그때 저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저 회사동료 부장을 배려한다고 잘못된 거 아니고서는 대부분 Yes를 하는 편이었는데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쉬고 싶다고 이야기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배려하지 않는 모습에 저 사람은 나를 배려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내 개인시간까지 방해받는 것은 잘못된 거라는 판단이 들었고, 결국 쉬지도 못하고 결국 바로 업무에 들어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그때 샘 혼작가의 "말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마음에 안 들어도 Yes를 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No를 하는 것이 용기이고 지혜라는 것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너무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여 마음에 계속 남았었습니다.
11시 마감이 3시로 밀렸다, 신뢰가 깨진 날
그날도 오전 11시까지 고객사에 보내줘야 하는 자료가 있어서 출근하자마자 열심히 업무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일 시작한 지 1 시간채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와서는 바쁘냐고 물어보길래 바쁘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잠시 사무실로 오겠다는 이야기와 함께 검토서를 보내주고는 이건 이렇게 작성을 했는데 의견이 어떻냐느니, 본인이 너무 급하니 좀 도와달라느니, 이 자료 검토 좀 해달라느니 이야기를 하는데 짧게 끝날 줄 알았던 일들이 대응을 해주다 보니 정작 11시까지 보내주려고 했던 자료는 못 보내고 오후 3시가 넘어서 보내주게 되었습니다. 저는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정해놓은 스케줄대로 했더라면 문제없이 해결됐을 문제를 갑작스러운 개인시간 방해로 신뢰를 깨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그 회사 동료도 악의가 있는 건 아니라서 화를 내기도 그랬던 상황이라 가볍게라도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부장님이 갑자기 업무 협조를 하는 바람에 11시까지 하려던 업무를 3시에 마쳤어요"라고 투정하듯 흘려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나의 시간을 어떨 때는 40분, 어떨 때는 1시간 이상을 방해받게 되는 일들이 생기다 보니 책에서 이야기하는 정확한 거절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 또 업무시간에 본인 업무를 가지고 찾아오길래 그때 생각했던 것이 생각나서 "부장님. 제가 지금 1시간 이내에 이 업무를 마쳐야 합니다. 다음에 시간 봐서 도와드릴게요"라고 단호하게 이야기를 했더니 결국 본인 사무실로 돌아갔습니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거절을 잘 못했었는데 오히려 거절이 나 스스로를 배려하고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을 그때 느꼈습니다.
거절하고 나서 후련한 마음이 들었고, 찜찜할 게 없었다.
그 날 이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될 때에는 도움도 주고 이야기도 들어주고는 했었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저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을 때, 혹은 급한 일이 있을 때에는 상대방이 급하다고 도와달라고 해도 정중히 거절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어렵게만 생각했던 거절이었지만, 그렇게 말하고 나서는 오히려 너무 후련한 마음까지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거절은 나를 지키기 위한 거절이기도 한다고 생각하여, 찜찜한 감정이 전혀 들지 않았고, 나 스스로를 존중해 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설령 나의 거절로 인해 상대방 기분이 안 좋거나 속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부탁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수락을 할 수도 거절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하기 때문에 속상한 감정이 든다면 그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요청을 받았을 때 수락과 거절의 선택을 하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기보다 오로지 저의 입장을 생각하며 결정해야 하는 저의 몫이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거절은 상대방을 상처 주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법이고, 더 나아가 이유 있는 적절한 거절은 인간관계에도 좋은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적절한 거절을 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