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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죽음에 관한 책, 소아병동 장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by yoo12191 2026. 8. 6.

"자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 얼굴을 5분 우두커니 보고 있었다"

한스할터의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를 읽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래전 엄마 병간호를 한다고 1년 정도의 시간을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지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남녀노소할 거 없이 아픈 사람들을 보며 삶과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던 거 같습니다. 한동안 회사일이다 머다 하며 바쁘게 살다 보니 잠시 잊고 있었던 그때의 감정과 생각이 한스할터의 책을 보며 다시금 떠올리게 되는 거 같습니다.

죽음이 물었다, 나는 5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제가 20대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엄마가 큰 병에 걸려서 병원치료를 해야 할 시기였는데, 제가 엄마 곁에서 병간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이름 있는 유명한 대학병원에 입원한 엄마는 입원한 병동에서 치료를 해야 하는 곳으로 가려면 소아병동을 지나가야 했었는데 작은 침대가 너무 크게 보일 정도로 어린아이들이 있었고 그런 아이들이 빈 침대가 없을 정도로 많이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작은 팔에 링거를 몇 개나 꽂아서 조심조심히 다니는 어린아이들을 볼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팠고 그 모습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병간호를 한다고 병원에서 지낸 시기가 1년 정도 되었는데 그때 병원에 있으면서 보고 느꼈던 기억과 감정은 지금도 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기에 아픔과 죽음을 간접적으로 많이 경험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 결혼하고 가족이 있는 지금 가끔씩 출근준비 한다고 일어나면 그때까지도 자고 있는 아내와 두 딸의 모습을 5분 정도 우두커니 지켜보곤 합니다.  그리고는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너무 큰 선물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와 평생을 함께 할 내 아내와도 서로 머리가 하얗게 될 때까지 오랜 시간 건강하게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보게 된 죽음에 관한 책은 20대 때 느꼈던 감정과 기억을 계속 상기시켜 주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이 사실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 줍니다. 그래서 그런지 평상시 읽었던 다른 책보다도 이번 책은 더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가족 저녁식사, 별 사고 없이 하루를 보냈으니

어느 날 주말에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데 특별히 맛있는 것을 먹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단지 옹기종기 앉아서 맛있게 밥을 먹고 별거 아닌 이야기에 웃고 떠들고 있는데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너무나도 행복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는 이런 상황들이 당연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하루를 사는데 불미스러운 일 없이 잘 보내고 이렇게 저녁에 모여 이야기하고 지내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마음이 드는 거에 대해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오늘 하루를 잘 보내고 이렇게 편안한 저녁을 우리 가족 모두와 함께 보낼 수 있게 된 거에 대해 모두 감사한 마음을 가지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입으로는 감사합니다 이야기하였습니다만 그래도 아내나 아이들은 저와 같은 마음을 느끼고 감사를 표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저는 병간호를 오랫동안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이 있기에 가족이라 하더라도 저와는 다른 삶을 살았던 아내와 아이들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하지는 못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를 읽고 나서 느낀 바가 커서 아내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했었지만 몇 페이지 읽어보고는 공감이 안 가서 읽기가 어려웠는지 더 이상은 읽지 못하겠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저자는 분명 살아오면서 죽음에 대해 어떠한 경험이 있었을 것이고, 그때 느꼈던 부분이 컸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주제의 책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아내는 죽음을 간접적으로도 체험해 본 적이 없어서 저자나 저와는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죽음에 너무 집중하면 열심히 해서 뭐 하나 싶어진다

물론 아픔, 죽음이라는 것은 우리 삶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멀기도 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분명 생각은 해봐야 할 사항이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생각이 매몰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죽음이라는 것에 집중하게 되면 어차피 언젠가 사람은 죽게 될 텐데 머 하러 열심히 사나라는 느낌이 들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책을 보면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이 개개인의 심리적 결단에만 집중되는 거 같다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 공감은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제가 항상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위에 얘기했다시피 죽음이라는 거에 집중하면 삶의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람은 매일 반복되는 삶에 익숙해 있다 보면 일상이 주는 소중함을 잊게 되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유한하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이 사실 너무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고 매일 우리가 겪는 일들, 예를 들면 알레르기 때문에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닌 온 가족과 함께 맛있게 저녁 식사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병원에 누워 있는 것이 아닌 나와 내 아내 곁에서 웃고 떠들고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병원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치료받을 날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 멋진 풍경이 가득한 여행지에서 신나게 즐기고 뛰어놀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행복한지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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