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질문에 아이의 생각을 말할만한 틈이 없었습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제가 듣고 싶은 결론만 들으려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아이에게 결론만 묻는 질문을 하였지만, 그게 잘못되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질문에 대한 책을 보고 나서는 나의 질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질문의 결을 바꾸었더니 결론뿐인 답변이 아닌 아이의 생각과 감정, 느낌까지 모두 이야기 듣게 되었습니다.
잘 놀았어? 한마디에 틈이 없었다
40대 직장인은 회사에서 일하고 돌아오면 정말 녹초가 되는 것이 일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피곤한 제 몸 상태만 생각하게 되지 다른 건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것이 당연하게 생각해 왔고, 집에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보게 될 때에는 제가 듣고 싶은 결론만 듣고 싶지 다른 설명은 굳이 듣고 싶지 않아 했던 거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질문의 형태가 "오늘 잘 놀았어?, 오늘 시험 어땠어?" 같은 단답형 질문만 던지게 되고, 잘 놀았다든가 시험 잘 봤다는 대답만 들으면 대화는 끝나고 말아 버리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과 서점을 가게 되었고,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시한 작가의 똑똑한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질문하는가?"라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보며 제가 생각의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은 없는지.. 가족 간의 대화를 내가 혹시 잘못하고 있는 건 없는지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제가 많이 바뀐 것 중 하나는 바로 아내와 아이들과의 대화였습니다. 평상시에는 시험 잘 봤어? 학교에서 별일 없었지?라는 효율성만 따지는 답변만을 바라는 질문을 해왔었는데 저자는 올바른 질문이란 상대의 내면을 열어주고 진솔한 생각을 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언에 이전에 제가 해왔던 질문에는 아이의 생각을 말할만한 틈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할 때 아이가 본인이 직접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질문을 할 수 있게 "오늘 친구들이랑 놀 때 어느 순간이 가장 기분이 좋았어?"라는 식의 생각과 감정을 묻는 질문을 하게 되었고, 잠시 생각한 아이는 등교하는 순간부터 하교하는 때까지 친구들과 어떻게 놀았고, 어떤 것이 좋았는지를 15분가량 저를 붙잡고 신나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질문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이렇게 대화가 풍성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직장 문제, 계약서 들고 가면 됐던 일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늘 남들과 비슷한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정해진 답만을 내놓느라 생각이 제한될 때가 많았던 거 같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왜 이 일은 늘 이렇게 처리해야 하지?라는 근본적인 생각을 하기보다 늘 해오던 주어진 틀 안에서 대충 수습하려고 조급해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실제로 회사에서 있었던 일로 저희가 관리하고 있는 건물에서 어떤 행정적 문제가 발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팀원들은 회의실에 모여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를 두고 각각의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본인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생각하며 서류 이거랑 저거 등등을 준비해서 구청에 찾아가 담당자와 해결을 봐야 한다라든가 하는 각자 생각하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들로 해결하려고 해도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난잡한 상황 속에서 순간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고, '그럼 이 문제를 꼭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방식으로만 해결을 해야 하는 건가?', '다른 방법은 없나?'라는 생각에 빠지다가 문제의 근본적인 부분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원점에서 생각해 보니 그렇게 어렵게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라는 결론이 나와서 정신없고 혼잡한 상황에서 제가 조용히 "대리인인 우리가 하려고 하니까 서류도 많고 구청직원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곳에 상주하고 있는 계약자가 직접 계약서를 들고 찾아가면 바로 해결될 문제 아닌가요?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순간 회의실 분위기는 조용해지면서 저의 이야기를 생각하는 모습이었고, 다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라는 표정으로 당황해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회사는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문제 해결에 집중이 되지 근본적인 원인에 집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질문의 접근법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질문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질문만큼 중요한 건 안전한 분위기
물론 책에서 조언하는 이야기는 틀림없이 적용하면 좋은 이야기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40대 한국직장인의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와 아쉬움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의 기술과 구조를 바꾸면 어떤 상황에서도 명쾌한 답변을 얻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하지만 상명하복이 강한 조직문화에서 후배가 선배에게 구조적 불합리나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놓는다는 것은 오해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필요성은 알지만 그 필요성을 말하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팀 회의 때 팀장이 막내 후배에게 의견을 이야기해 보라고 이야기를 해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제 느낌은 형식적인 질문이었을 뿐, 그 후배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 결국 그 후배에게는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그게 될 거 같냐는 핀잔만 듣고 혼나고 말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장면들을 보고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 고착화된 분위기와 각각의 경험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문화에서 책에서 제안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프레임을 씌우기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핵심을 찌르는 질문의 기술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질문을 안전하게 던질 수 있는 조직 문화도 그 못지않게 잘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회사 내에서 그런 열린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노력하고 있고, 집에서도 열린 질문으로 대화가 풍성해진 것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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