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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도서 후기, 용기 한 스푼으로 전주 발령을 뒤집었다

by yoo12191 2026. 8. 29.

"먹어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고 배고픈지도 몰랐어"

서울에 사는 내가 전주 발령을 받게 됐을 때 아이 둘과 아내를 서울에 놓고 나 혼자 전주 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해지고 답답한 마음이 계속 들어서 인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밥을 먹어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고, 안 먹어도 배가 고픈지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직장인 인사이동, 4~5번 겪고 나서 알게 된 것

직장생활 중 인사이동이라는 건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어려운 고충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서울에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서울에 본사를 두고 전국에 관리해야 하는 지점들이 퍼져있는 그런 구조의 회사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회사에서는 필요하면 서울에 있는 사람을 전라도 광주로, 부산에 있는 사람을 서울로 인사이동 하는 것이 가능한 회사라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지금까지 인사이동은 4~5번 정도 됐었는데 그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이 서울에 사는 저를 전주로 보내려고 했던 인사이동이었습니다.  저는 평상시 외야에서 근무를 하면서 아무 문제 없이 잘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때도 별 탈 없이 그렇게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변에서 저의 인사이동의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사 내에서 이야기가 돌고 돌아 본사 어떤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제 동기에게까지 들리게 되었고, 그 동기를 통해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는데 듣는 순간 정말 머릿속이 멍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2살이 된 큰 아이와 돌도 지나지 않은 둘째가 있었고, 아내는 제가 언제 퇴근해서 오나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출퇴근이 불가능한 전주로 제가 간다는 것은 저와 제 가정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저의 회사는 너무나도 보수적인 조직이라 인사발령을 내면 개인사정을 잘 들어주지 않는 구조이고, 지금까지 많은 직원들도 말도 안 된다는 인사이동도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전주 발령, 둘째 10개월에 가족과 떨어질 수 없었다

아직 정식발령은 나지는 않았지만, 동기한테 이야기를 듣고 공식적으로 나기 전까지 마음이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이야기만 무성한 뜬구름 같은 이야기는 아닌지, 혹은 그렇게 검토되고 있다가 결정이 취소되지는 않을지, 정말 서울에 있는 나를 전주로 보내겠다는 생각을 할지, 너무나도 다양한 상상들을 하며 힘들어했었던 거 같습니다.  당연히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머릿속에는 딴생각만 하고 있고, 점심때가 돼서 밥을 먹어도 밥을 먹은 거 같지 않고, 무엇을 먹었는지, 어떻게 먹었는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은 그런 상황까지 왔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혼자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는데 곁에서 아내가 저의 모습이 이상했는지 평상시에는 잘 물어보지 않는데 회사에 무슨 일 있는지 물어보는 통에, 가족과 떨어질 수도 있는 사안이라 어렵게 전주 발령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아내는 잠시 생각하더니, 딸들 보는 낙에 사는 제가 가족과 떨어져서 산다는 것은 제가 너무 힘들어할 거 같고, 가족에게도 아빠가 곁에서 해줄 수 있는 역할이 너무 많고 중요하다 그러니 혹시라도 발령이 나면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것도 고려해 보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가장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을 텐데 제 입장에서 그렇게 이야기해 주는 아내가 너무 고마웠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전주 발령이 공식적으로 발표 나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회사가 아니라 가정이다

서두에 이야기했듯이 전국구로 인사이동이 잦은 저의 회사는 발표가 된 인사이동에 대한 개인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가라면 가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에 읽었던 "김재철저자의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에서 강조했던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원양어선에서 일하다 보면 매 순간이 위기고 어려움이 있지만 거친 거품처럼 몰아치는 시련을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부분에서 지금 나의 상황과 딱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저의 입장과 아내의 의견을 정리한 결과 그래도 나는 전주로 갈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고, 용기를 내서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사실 제가 면담을 신청한다는 것은 어떤 사항 때문인지는 다들 알고 있기에 저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야 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면담을 하면서 제가 가족 곁을 떠나 서울을 벗어나는 것이 왜 어려운 상황인지에 대한 부분을 잘 정리해서 이야기하고 나중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전주로 보내신다면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염두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면담을 마치고 나오는데 여전히 겁은 났지만 책의 조언 덕분에 용기 한 스푼은 먹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용기 한 스푼으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었던 거 같고, 그 덕분에 당당하게 면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는 3~4일 후 나왔고, 회사에서는 처음으로 인사이동을 취소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가와서 어떻게 이야기했길래 이런 결과가 나왔냐고들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잠시 생각하고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나에게 중요한 건 회사가 아니라 가정이었어. 가족들과 멀리 떨어지는 건 내가 납득이 안돼" 그 마음을 이야기했다고 말입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다 보면 한숨 나오는 어려운 상황이 생깁니다. 그 상황을 피해 가느냐, 아니면 정면으로 부딪히느냐는 개인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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