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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대화의 힘, 현실은 안 바뀌었는데 혼자가 아니었다

by yoo12191 2026. 9. 14.

"업무 마감 임박해서 조마조마하다 친한 후배에게 조용히 물어보았습니다."

15년 이상 회사생활을 한 부장이지만 제가 잘 모르는 업무도 있기는 마련입니다. 그런데 괜한 주변사람들 눈치에 물어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 업무마감시기가 임박해서는 그냥 솔직해지자는 생각에 그 업무를 잘 아는 후배를 불러서 조용히 물어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대화의 힘, 부장도 모르는 업무가 있다

15년 이상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윗사람보다 아랫사람들이 많아지는 위치에 서게 되고, 책임지는 업무를 맡아야 하는 경우가 점점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겉으로는 완벽한 척, 다 알고 있는 척하고 솔직한 대화를 피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게다가 부장이라는 직급은 회사의 모든 업무를 다 알고 있어야 할 거 같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기 마련입니다.  회사에서 근무하다 보면 담당하고 있는 업무파트가 있고, 하지 않은 업무가 있을 겁니다.  최근에 맡게 된 업무가 제가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업무였는데 구체적으로는 잘 몰라도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그런 업무였습니다.  자세히 모르니 물어보고 싶어도 직급 때문에 물어보기가 영 창피한 거였습니다.  그래서 물어보지 못하고 어물쩡거리다가 업무 처리 시간이 임박해서 마음만 조마조마해졌습니다.  결국 평상시 친했던 후배에게 조용히 다가가 물어보았더니, 처음에는 놀란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았지만, 금방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다 알려주고 나서 따로 차 한잔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 후배가 하는 말이 부장님은 워낙 일을 꼼꼼히 잘하시다 보니 당연히 웬만한 업무는 다 잘하실 거라 생각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을 모를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를 오래 일해왔지만 해본 적 없는 업무는 나도 잘 모를 수밖에 없다고 하며, 나의 약함을 솔직하게 드러냈더니 지금은 그 후배와 업무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아주 잘 지내게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저의 약한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았다면 주변사람들은 완벽하게 일처리 하는 저의 가면만 보고 판단했을 것이고, 틀림없이 거리감을 두고 관계를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후배 어머니 병원, 말할 뻔했다가 멈춘 말

보통 대화에 대한 책을 보면 본인의 생각과 이야기를 하기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공감을 강조하는 책은 많이 있었습니다만 "찰스 두히그의 대화의 힘"에서는 경청과 공감을 넘어 상대가 원하는 대화목적과 맞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부분이 신선하고 많이 와닿았던 거 같습니다.  어느 날 후배가 조용히 다가와서 혹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래서 차 한잔 하면서 후배의 이야기를 들었더니 후배 어머님이 요 근래 많이 아프셔서 병원에 계신다는 이야기였고, 후배도 어머니 생각에 걱정이 많이 돼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순간 들었던 생각이 어머니께서 입원한 그 병원은 평이 좋지 않던데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건 어때? 라든가 그 담당 교수 별로인 거 같은데? 이런 질문을 할 뻔했었습니다만, 순간 상대방의 대화 유형을 파악하고 상대와 나의 대화 목적이 일치해야 제대로 된 소통이 된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말을 멈췄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후배가 저에게 어머니 병환에 대한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게 된 이유는 어떠한 방법제시 같은 목적이 아닌 본인의 답답하고 어려운 마음을 들어줬으면 해서 꺼낸 말이었기 때문에 결국 저는 네가 많이 힘들었겠구나.. 마음고생이 심했겠다.. 치료 잘 받고 퇴원하실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위로의 이야기를 건네주었습니다. 최근에 든 생각으로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에는 대화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사결정을 위한 대화, 감정을 나누는 대화, 정체성을 확인하는 대화 등 여러 가지 유형의 대화가 있고 그 대화의 목적에 맞는 대화를 해야 서로 깊은 공감을 이끌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장도 힘들다, 아내에게 처음 꺼낸 말

저는 아내와 두 딸을 두고 있는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경제적인 부분은 제가 도맡아서 하고 있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도 약한 모습은 보이지 말고 내가 최선을 다해 이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오며 살아왔던 거 같습니다. 힘들 때에도 힘들지 않은 척.. 괜찮은 척해왔고, 내가 다 해결하겠다는 강인한 모습이 중요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드는 교육비며 점점 늘어나는 생활비로 인해 점점 제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으로 다가오게 되었지만 직장에서 제가 버는 돈을 더 늘릴 수도 없고 저 말고는 다른 경제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없으니 더 마음이 답답한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너무 혼자서 끙끙대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게 되고는 어느 날 아내에게 다가가 저의 속 마음을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심정은 도움을 바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힘들다는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대화가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만, 아내가 조용히 저의 푸념을 다 듣고 나서는 혼자 마음고생하느라 너무 힘들었겠다고 이야기를 해주는데 제 마음에 움켜쥐고 있던 짐들이 사르륵 녹아 없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이후 일이 힘들고 상황이 답답한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아내가 더 챙겨주고 힘낼 수 있게 신경 써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가끔 저녁에 산책을 하면서 제가 마음속 가지고 있는 어려운 마음들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들어주었습니다. 솔직한 마음속 이야기와 나를 내려놓는 고백이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신뢰를 쌓게 해 준다는 것을 아내와의 일을 통해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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