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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괜찮은 오늘을 기록하고 싶어서, 딸 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by yoo12191 2026. 10. 9.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두 딸이 양옆에 누워 영화를 봤는데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이들과 영화를 보던 것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꽤 여러 번 보았고 아이들도 그 시간을 좋아하고 기다리는 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이 제 양옆에 누워서 같이 영화를 보던 것을 기록하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영화를 볼 때에는 기록했던 그 장면과 그때 느꼈던 감정만 새록새록 추억하게 됩니다.

딸 둘이 아빠 양옆에 누워 영화를 보던 그날 밤

저희 가족은 주말만 되면 저녁에 거실 한자리에 옹기종기 앉아 빔프로젝트를 쏴서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보고는 합니다. 지금까지 1년도 넘게 항상 해온 저의 가족만의 문화였고, 아내와 저도 아이들도 항상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느 주말 푹신한 이불을 깔고 누워있었는데 큰딸과 작은딸이 제 양옆으로 오더니 팔베개를 해달라고 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제 양옆으로 아이들이 누워서 같이 영화를 보고 있는데 제 품에 있는 딸들의 온기가 저를 너무 행복하게 해 주는 거 같았습니다. 그때의 그 장면과 느꼈던 감정을 기억하고 싶어서 간단하게 기록을 하였는데 지금도 영화를 볼 때라든가 기록한 것을 보고 있으면 그 장면과 벅찼던 감정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곤 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만약 그때 기록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 시간이 지났을 때 지금까지 영화를 봤던 기억과 똑같이 기억하며 그때 느꼈던 감정은 희미해지다가 잊혔을 거 같았습니다. 평상시 기록을 따로 하지 않았던 저였지만 "차이셀의 괜찮은 오늘을 기록하고 싶어서"라는 책을 보며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책의 내용 중 특별한 사건이 없더라도 흘러가는 오늘을 나만의 문장과 기록으로 묶어둘 때,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이 값진 의미를 띠기 시작하며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 글을 보고 다람쥐 쳇바퀴 같은 나의 삶 속에서 조용히 찾아온 소소한 행복들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채 그냥 흘려보낸 건이 오히려 저의 삶을 더 아무 일도 없었던 그런 날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잠자기 전 조용히 책상에 앉아 오늘 하루 있었던 작고 소소한 일상을 하나하나 적어가고 있습니다.

책 읽는 아이 눈빛,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다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달라진 것이 있었습니다. 책을 좋아해서 제가 거실에 나가면 아이들이 책을 보고 있는 장면들을 종종 보고는 합니다. 전에는 그냥 아이들이 책을 보는구나 생각하고 제 볼일을 보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느 날 책을 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니 책을 집중해서 보고 있는 아이의 눈빛이 보였습니다. 얼마나 집중해서 보고 있는지 눈도 깜박하지 않고 책을 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 보였습니다. 그때의 아이들의 모습도 기록을 하였는데 기록을 하고 나서 그 이후에 아이를 보니 전에 보던 모습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눈빛, 집중하면 삐죽 나오는 입술, 가끔씩 코를 킁킁 대며 올리는 모습 등등 보이는 모습과 아이를 보고 있는 제가 느꼈던 감정을 디테일하게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만약 제가 기록을 하는 습관이 없었다면 그냥 책을 보고 있는 아이들만 보였을 텐데 지금은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고 일상을 주의 깊게 보다 보니 전에는 안 보였던 여러 가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기록한 것을 보고 있는데 둘째 아이와 자전거를 탔을 때의 기록이 있었습니다. 의자를 잡아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비틀거리며 자전거를 타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고 적혀있었는데 평상시에는 잊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기록을 보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생각나는 것이 이런 기억이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전에는 이런 것을 전혀 기록하지 않았었는데 기록을 하기 시작한 지 3~4달 동안 거의 70개 이상의 메모가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좋은 습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기록이 직장인 현실을 바꿔준다는 건 아니다

소소한 일상을 기록함으로써 잊을 수 있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에 주변사람들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조직사회는 생존 경쟁이 치열한 데다 그런 어려운 현실에서 개인의 감성이 가득한 기록이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면서 극복할 수 있는 현실은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저자는 예쁜 노트를 펼쳐놓고 오늘의 소소한 행복을 기록하면 삶의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질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향도 있지만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생계와 실적 압박에 시달리며 일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는 너무 이런 상황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소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은 지금처럼 기록을 하며 추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이 들고 현실에서 우리가 풀어야 할 더 큰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든가, 지금보다 더 좋은 차를 사는 문제라든가, 미래의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 등은 정확히 직시하고 노력해 나가는 절충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기록을 하면서 많이 느끼는 감정은 사람은 회사에서든 하물며 가정에서도 가면을 쓰고 사는 거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부장이라는 가면을.. 가정에서는 다정한 아빠와 가장이라는 가면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록만큼은 힘들면 힘들다고, 솔직하게 적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였고, 여기에까지도 내 감정을 속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내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적으면 후련한 마음도 들고 몰랐던 내 감정이 나도 모르게 정리될 때도 있습니다. 기록을 한다고 생각하니 소소한 일상도 기존과는 다른 시야로 바라보게 되었고, 저에게도 마음 따뜻한 추억들을 더 생생하게 기억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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