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하자마자 아이 둘이 핸드폰 사용시간 두고 싸우고, 둘째는 울고불고 난장판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모처럼 야근도 하지 않고 일찍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현관문 밖에서부터 딸 둘이 싸우는 소리가 복도까지 들렸습니다. 집에 들어가니 거실에서 쿵쿵 거리며 다니고 있고, 둘째는 엉엉 울고 있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정말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육아 도서 읽는 아빠, 퇴근 후 난장판이 시작이었다
항상 회사업무와 야근이 잦은 40대 한국 직장인 남성은 피곤에 찌들어 퇴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날도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피곤에 찌들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현관 밖에서도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두 딸이 핸드폰으로 게임하는 걸로 다투고 있었고, 거실에서 쿵쿵거리며 울고 있는 둘째 아이를 보자마자 첫째 아이에게 다짜고짜 "언니가 양보 좀 하지 지 왜 동생을 울리고 그래!!"라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다그쳤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첫째 아이도 순간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울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내가 제 곁으로 와서는 첫째 아이가 잘못한 거 아니라고 설명을 해줬는데 순간 저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지레 잘못 판단한 저의 모습을 보고 너무 후회스럽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봤었던 "윤지영 작가의 엄마의 말 연습"이라는 책은 아이에게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으로 40대 가장이자 두 딸을 키우는 아빠인 저에게도 너무 필요한 절실한 대화의 지침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책의 내용 중 저자는 아이가 때를 쓰고 화를 낼 때, 그 행동 자체를 지적하기보다 그 뒤에 숨은 감정과 욕구를 먼저 읽어주어야 한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책을 보면서 아이들보다는 어른이기에 제가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잘못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그릇된 판단을 하고 잘못된 행동을 한 저의 부족한 모습을 다시 한번 곱씹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불 덮은 아이한테 미안해, 그래도 저리 가~~
다음날 일찍 퇴근해서 첫째 아이에게 사과도 하고 대화를 시도하려 했지만 아직도 화가 나있었는지 저만 보면 뒤돌아서 본인 할 일 하다가 방으로 들어가고를 반복하였고, 잠자리에 누워있는 아이에게 조용히 다가가 이불을 푹 덮은 아이한테 아빠가 잘못 알고 그랬어. 정말 미안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아이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아빠하고 이야기 안 할 거야. 저리 가~~"라고 하며 이야기하는 통에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못했고, 그렇게 이삼일이 지났습니다. 가족들과 쇼핑을 하러 가게 되었는데 그때 첫째 아이에게 "아빠가 맛있는 거 사줄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이야기해 줘"라고 얘기하면서 원하는 것을 사줬더니 조금은 기분이 풀렸는지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먼저 아빠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상황만 보고 화낸 거 정말 미안해..라고 사과를 했습니다. 그제야 첫째 아이의 말을 통해 사실은 첫째가 먼저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둘째가 핸드폰을 빼앗아서 하겠다고 하였고, 다툼이 생기면서 둘째가 울고 있는 상황을 제가 목격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가 판단했던 상황과 실제로 있었던 일은 완전 다른 상황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먼저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정말 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책의 내용처럼 항상 저의 감정을 추스르고 아이의 기분을 먼저 고려하여 대화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도 계속 노력하며 저의 감정보다 아이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원평가 성적, 버럭 화냈다가 책의 내용에 뒤통수 맞았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참아야지 하면서 예상치 못하게 저의 감정이 드러나는 경우들이 종종 생깁니다. 어느 날 둘째 아이가 단원평가 시험지를 가지고 와서 슬그머니 보여주며 눈치를 보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예상은 됐지만 막상 성적을 보니 너무 좋지 않은 점수에 감정을 참지 못하고 나온다는 말이 "거봐.. 아빠가 평소에 열심히 좀 하라고 했잖아!!"라고 지적을 해버렸습니다. 가뜩이나 불안해하던 아이는 그 이야기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시험지를 가지고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잠시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생각해 보니 책의 내용 중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 부모가 "내가 그럴 줄 알았다"라는 식의 지적과 조언은 아이에게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정말 감과 자괴감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마음을 닫는 벽이 된다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어른인 나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많이 상할 텐데 아직 어린 딸에게 그렇게 밖에 이야기를 하지 못한 사실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정확한 잘잘못이 아니라 많이 노력했는데 마음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아 속상하겠다는 따뜻한 공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육아서적이나 자녀와의 대화법 관련 책을 읽다 보면 가끔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퇴근 후 지쳐있는 상태에서 두 딸들의 고집을 공감해 주고 이해해 준다는 이야기는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떨 때에는 이해심 많은 완벽한 대화 화법을 그대로 따라 하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내 모습이 어색하고 가식처럼 느껴져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의 기술이 아니라 아이를 바라보는 감정과 목소리에 담긴 진심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말재주나 화법에 집착하기보다는 실수를 하더라도 저의 솔직한 감정을 인정하고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과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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