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실망하며 부품 모아서 다시 되돌아가던 모습이 눈에 밟힙니다."
어느 날 아이가 장난감 부품을 들고 왔다가 나중에 하면 안 되냐는 이야기에 다시 주섬주섬 모아서 싸들고는 방으로 돌아가는데 그 뒷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50대 앞둔 직장인, 갑자기 밀려온 불안감
앞으로 몇 년 후면 저도 50대를 바라보는 시기가 오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직장인으로서 갑자기 알 수 없는 불안감과 허무함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회사에서 지금 내가 서있는 위치도 왠지 아슬아슬 한꺼같고 언젠가 나에게도 찾아올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하면 준비가 안되어있는 미래의 모습에 막막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최근에도 10년 넘게 알고 지낸 바로 윗 선배가 있었는데 나이 때문인지 업무능력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하게 되는 경우를 보고 영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며 지내온 시간이 허무하다는 생각까지도 들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더 일을 할 수 있을지, 혹은 언제 갑자기 회사를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감은 지금 저 나이 때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을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읽게 된 "이호선의 오십의 기술"이라는 책에서는 나이 오십이라는 시기는 삶이 무너지는 때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 삶의 진짜 주도권을 되찾아야 하는 절호의 전환점이라고 강조합니다. 그 내용을 보고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저는 남들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 맞추어 뛰어가느라 정작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회사일에 온 힘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퇴근 이후시간에 저를 단련하는 시간 즉,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저를 더 단단하게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시기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난감 부품을 들고 돌아선 아이
40~50대 가장들은 많이 느끼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기진맥진하여 온몸에 힘이 없이 소파에 그대로 들어 누워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온전히 마음 편히 쉬는 것도 아닌 여전히 회사업무에 머릿속이 복잡스러워 집에서도 회사일로 가득 찰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러다 보니 집에 있어도 주변의 것들을 보지 못하고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도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 아이가 학교에서 조립을 할 수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온 적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아빠한테 이야기해서 같이 만들라고 이야기를 하였고, 엄마 말대로 저에게 다가와서 같이 만들자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도 제가 회사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 보니 지금 아이와 이런 걸 만드는 게 내가 할 일이 아닌 거 같고, 장난감 만들자는 아이의 이야기가 결국 귀찮음으로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하면 안 되겠냐고 대충 이야기를 하고 말았는데 순간 아이가 실망하면서 장난감 부품들을 모아서 다시 방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책의 내용 중 "중년의 가장이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자산은 결국 가족과의 다정한 관계와 소통"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면서 생각 드는 것이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가족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회사일 때문에 가족에게 실망감을 주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왜 내 감정을 아이에게 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저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고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퇴근길에 내 마음에 있는 회사일이든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털어버린 후 집으로 들어서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과의 대화에 집중하고 항상 고생하고 수고하고 있는 아내를 격려하고 아이들의 장난 섞인 이야기에 함께 공감하며 귀 기울여 주고 있습니다.
회사 스위치, 가족 스위치를 따로 킨다는 생각을 하다
저의 이런 노력으로 가족들과의 대화를 하는데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여유가 없을 때에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내 생각을 방해하는 소음이나 스트레스로 들렸다면 지금은 온전하게 아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물어보는 여유가 생긴 거 같습니다. 이게 50세를 바라보는 중년이 가져야 하는 여유와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어떤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오십 대의 마음가짐과 삶을 정돈하는 방법은 필요한 방법이기는 하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사회의 암울할 정도의 고용불안과 노후가 보장되지 않고 한 달 살아가기에도 급급한 재정적 압박을 느끼고 있는 40~50대 직장인들의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조금 무책임한 부분도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아무리 마음을 비우고 유연하게 삶을 사는 게 좋다고 하지만 솔직히 점점 늘어나는 아이들의 학원비며 생활비는 지극히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40~50대에게는 회사에서 바라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많고, 일이 잘못됐을 때의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 또한 커다란 것은 지극히 사실입니다. 사실 저 역시도 아이들이 둘 다 초등학생이라서 한 명 당 60만 원씩 120만 원 정도의 학원비가 나가는데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2~3개씩은 늘린다고 하면 각각 100만 원씩 총 200만 원의 학원비가 들 거라고 예상합니다. 이런 재정적인 상황은 현실적인 부분이라 제가 감당을 해야 하는 건 맞다고 생각하며, 이런 부분을 마음가짐으로 해소할 수 있는 건 아닌 건 사실입니다. 대신 이전에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너무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그 와중에도 심리적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책의 내용을 적용한다면 회사에서는 직장인으로서의 스위치를, 가정에서는 가장으로서의 스위치를 켜야 한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랬을 때 회사에서의 일도 집중하게 되고 가정에서도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아이들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물어보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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