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물관 나오고 차 안에서 아이가 '사실 나 놀이공원 가고 싶었어'라고 했다"
주말에 아내와 아이들 모두를 데리고 박물관을 갔습니다. 특별전이라 비싸게 티켓도 사서 기대하며 갔었고, 구경도 잘한 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기분 좋게 차 타고 가는 길에 아이의 한마디.. 박물관보다 놀이공원이 가고 싶었다는 말에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습니다.
박물관은 내 고집이었다
한 시즌에만 특별전으로 열리는 박물관이 있었습니다.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고, 아이들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은 박물관이어서 시즌 오픈하자마자 비싼 티켓값도 전혀 아까워하지 않고 바로 구입을 하였습니다. 가기 전부터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지 또 얼마나 도움이 될지 혼자 즐거운 상상을 하며 기대하고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아내와 아이들 모두 함께 박물관에 갔고, 관람도 너무 즐겁게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중간중간 설명도 하며 관람하는데 아이들도 관심 있어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생각했던 것처럼 너무 근사한 관람에 저도 만족하였고, 아이들도 저만큼 만족했겠다는 생각을 하며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큰아이가 무슨 할 말이 있는지 제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고 있길래 할 말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사실 오늘 우리는 박물관 말고 놀이공원이 가고 싶었어.. 다음에는 거기 가면 안 돼?'라고 말하는 거였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멍해지면서 오늘을 위해 내가 준비하고 함께 했던 시간들이 머였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읽었던 책에서 '상대의 시선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이 박물관을 가려고 기획했던 것부터 모든 과정이 내 생각이고 내 욕심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 입장에서나 좋은 거고 도움이 되는 거지 아이들 눈높이에서 무엇이 재미있을지 알아보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사람과의 관계에서 센스라는 것은 결국 상대방이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읽어내는 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생각에 의한 결정일 뿐인지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결정은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고,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할 줄 아는 것이 센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세 번째, 아이들이 원해서 또 갔다
우리 가족은 일본여행만 두 번을 갔다 왔습니다. 처음에 갔을 때 3박 4일로 빡빡한 일정이지만 너무 알차고 재미있게 잘 다녀왔고, 우리 부부에게도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너무 좋은 추억으로 남았었습니다. 그다음 연도에도 일정이 될꺼같아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차에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이야기 나오자마자 또 일본을 가고 싶다고 하길래 작년에 갔을 때 정말 재미있었구나 싶은 흐뭇한 마음에 고민 안 하고 또 가게 되었습니다. 전년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해외인데도 익숙함이 신기했는지 아이들은 너무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연도가 되었을 때 아내와 올해는 어디를 갈까 같이 상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두 번이나 간 일본은 전혀 생각을 하지 않았고, 유명한 휴양지나, 다른 관광지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무심코 아이들에게 올해는 괌이나 하와이를 갈까 생각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바로 곁으로 와서 하는 말이 또 일본을 무조건 가고 싶다는 겁니다. 저희 부부는 또 일본을 가고 싶어 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그렇게 이야기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결국 저희는 모든 계획을 다 취소하고 일본여행으로 다시 계획을 세웠습니다. 저희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너무 신나고 환하게 웃을 아이들의 미소가 눈에 선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관점이 지나치게 타인 중심적이라는 생각도 들 수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남을 배려하는 센스도 중요하지만 내 중심을 지키며,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정말 센스 있는 행동은 바로 타인과 저를 적절하게 배려하며 중심을 잡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였습니다.
보고서 양식, 하루 걸려 뜯어고쳤더니 센스 있다고 했다
회사는 조직이고, 회사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퀄리티가 높은 공통양식이라는 게 있습니다. 어느 날 제가 보고서를 작성하려고 하는데 공통양식에 작성을 하고 있는데 그 양식과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양식을 찾아봐도 마땅한 것이 없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규격화되어 있는 공통양식을 바꾸는 것은 회사에 속해 있는 사람으로서는 안 되는 행동이지만, 과감하게 표부터 해서 구분 같은 항목들을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세로로 길었던 표를 가로로 바꾸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백데이터에 있는 표의 숫자에 링크를 걸어 저절로 가져올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루 걸려 보고서 양식을 뜯어고쳐버리고 보고를 하였는데, 윗사람은 보고서를 보고 이해하기가 좋았는데 센스 있게 잘했다는 말과 함께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센스라는 것은 노력하면 바꿀 수 있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센스라는 것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선천적인 부분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노력하면 충분히 바꿀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환으로 저는 주변 사람들 및 가족들과 대화와 질문을 많이 하곤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고, 저의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의 절충선을 균형 있게 잘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센스 있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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