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 쓰레기 버려달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버럭 했습니다. 결국 쌓여왔던 감정이 엉뚱하게 터지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쌓이고 쌓인 감정들을 해소한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쌓여있었고, 그게 엉뚱하게도 아내의 쓰레기 버려달라는 단순한 이야기에 버럭 화를 내며 터트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직장인 감정, 쓰레기 버려달라는 말에 버럭 한 날
40대 직장인 남성이라면 회사에서 맡는 골치 아픈 일이라든가, 중요한 결정을 책임져야 하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주변사람들의 시선과 잔소리로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나 불합리한 상황을 겪게 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듯이 나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묵묵히 참는 것이 덕목이라고 어릴 때부터 배워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본인이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무시한 채 넘기기를 반복하다 보면 바쁜 일상에서 그런 감정들은 잊은 것처럼 느낄 때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때가 있었습니다. 한동안 바쁜 업무일정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몸도 많이 피곤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도 괜찮다 괜찮다 하며 생각을 최대한 안 하려고 했었던 거 같습니다. 그날도 야근 후 늦게 집에 돌아와서는 소파에 딱 앉아 있는데 아내가 쓰레기봉투 좀 버려달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순간 회사에서 쌓였던 감정들이 그 이야기에 폭발하듯이 아내에게 버럭 화를 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항상 이야기하던 내용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저의 감정 표출에 당황했는지 더는 이야기 하지 않고 조용히 쓰레기봉투를 들고나가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저는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와 미안한 감정이 마음속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그 일이 있기 몇 개월 전 읽었던 "엠마헵번의 감정의 이해"라는 책에서 불안한 마음, 분노, 슬픔 같은 감정들을 억누르거나 부정하려고 애쓰기보다, 감정의 원래 생리를 온전히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마음의 평정심을 가져야 한다는 책의 내용이 기억이 났었지만, 읽었을 때 당시에는 너무 당연한 말이라 그냥 좋은 내용이다라고만 생각하고 말았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 저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일이 생기면서 책의 내용을 그냥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말아 버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직장 내 거절, 우물쭈물하기보다 정확한 이유를 말했다
현재 하는 일도 많아서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도 출근해서 근무하게 되는 일이 많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그런 저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아달라고 요청을 해왔고, 요청을 받은 이후 저 혼자 심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하는 일이 많아서 바쁜 상황인데 과연 내가 이 업무들을 소화할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며칠 고민하다 보니 회사에서 하라고 하는데 내가 못한다고 하면 불이익이 생길 거 같은 마음에 그냥 해야 하나 하고 다짐하다가도 아무리 그래도 도저히 안될 거 같은데 생각이 들면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그런 복잡한 심정이었습니다. 회사의 정착된 문화를 보더라도 회사에서 지시하는 건에 대해서 반론을 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기에 우물쭈물하며 답변하기를 꺼려하고 있었는데, "감정의 이해"에서 저자의 조언처럼 감정이란 우리가 통제하거나 억지로 없애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자연스러운 신호라는 이야기에 참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팀장과의 면담을 신청하였고,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 요청하신 업무까지 맡다 보면 틀림없이 과부하가 걸린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렇게 되면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까지 영향을 끼쳐서 제대로 못할 수도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하루이틀 지나고 팀장으로부터 답변이 오기를 그럼 다른 팀에 프로젝트를 넘기겠다는 회신을 받았고, 저는 저의 감정을 삭이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를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인 감정에 안 끌려가기, 내 감정과 구분하기
책을 읽고 가장 많이 변화된 것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내 감정에 끌어들이지 않게 된 것. 즉 정확하게는 내 감정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구분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저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가다듬을 부분은 가다듬고, 표출해야 하는 부분은 표현을 해야 옳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와 같은 저의 의견을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을 때 현실적이지 못한 의견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을 때가 있었습니다. 한국 조직사회는 보수적이고 경직된 문화를 가지고 있고 적절치 못한 부당한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도 솔직히 많이 있습니다. 그런 문제를 개인의 감정을 이해 못 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해 버린다면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보살피면 어떤 감정적인 위기도 슬기롭게 넘길 수 있는 것처럼 조언하지만 위계질서가 강한 한국 조직사회는 그렇게 내 감정을 이해하고 참아내라는 요구는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내면의 감정을 잘 다스리는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나를 지속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부당한 환경과 구조적인 불합리에 대해서는 표현해야 하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근 집에서 생긴 변화로는 평상시 고마워도 고맙다는 말을 잘하지 않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고마운 일이 있을 때에는 고맙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는 어렵다고 표현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잠잠했던 가정분위기가 고맙다는 말이, 감사하다는 말이 흘러넘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족 분위기가 너무 밝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의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과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많이 느끼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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