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배 직원이 또 제안서 마감을 어겼을 때,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이십니까? 저는 솔직히 "요즘 애들은 책임감이 없어"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그런데 조윤제 작가의 "어른의 그릇"을 읽고 나서, 제가 그동안 감정과 팩트를 얼마나 혼동하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마음 수양서가 아니라, 40대 중간관리자가 직장과 가정에서 실제로 마주하는 관계의 어려움을 고전의 지혜로 풀어내는 실용서입니다.
마음공부, 왜 40대에 더 절실한가
마음 그릇이 작으면 작은 자극에도 쉽게 흔들린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제가 직접 겪었던 일입니다. 회사에서 제안서 작성에 관한 일부분을 후배에게 위임하였고, 기한도 적지 않게 줬다고 생각했지만, 기한이 도래했을 즈음 진행과정에 대해 확인해 보니 10% 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 역시 제안서 마감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후배에게 "왜 이렇게 느려! 답답하네 정말!"라고 소리치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상대의 태도를 인격의 문제로 치부하기 전에, 구체적인 팩트와 내 안의 불안감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여기서 '팩트와 감정의 분리'란 상황 그 자체와 그것에 대한 내 해석을 나누어 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마감을 어겼다"는 사실과 "저 친구는 답답해"라는 판단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후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정을 알기 위해 "기한을 맞추기 어려운 무슨 이유라도 있었어?"라고 물었고, 그제야 그 직원이 다른 프로젝트와 일정이 겹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팩트와 감정을 구분하지 않았다면 후배의 말 못 할 사정은 들을 기회도 없이 후배를 책망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한계도 극명하게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을 구분하고 팩트 중심으로 소통하는 것은 "이상적인 리더"의 표본이고, 팀원의 실수를 인격적 비난으로 연결하지 않는 것은 성숙한 태도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실의 직장에서는 성과와 정확도, 속도가 무척이나 중요한 조직입니다. 팀장이 감정을 억누르고 "자네가 제대로 못한 이유를 이야기해 봐"라고 묻는 동안, 상부에서는 "관리자가 팀원 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머 하느냐"는 압박을 줍니다.
책의 조언은 개인의 인격 수양에는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마감기한 및 책임이 생명인 조직현장에서는 자칫하다가는 우유부단함이나 결단력 없는 관리자로 비칠 가능성이 큽니다. 때로는 단호한 훈육이 조직 기강을 위해 필요할 때가 분명히 있고, 이를 모두 '그릇의 크기' 문제로 바꿔 생각해야 하는 것은 관리자에게 과도한 정신적 노동을 강요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조절, 옮음을 포기하는 마음가짐
현대 심리학에서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확증 편향이란 자신의 기존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 증거는 무시하는 인지적 왜곡을 뜻합니다. 저는 후배 직원이 늦게 출근하는 모습을 보면 "저 친구 왜 저러는 거야?"라고 단정했지만, 실제로는 전날 밤늦게까지 긴급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다른 예로 최근 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제 큰아이가 공부는 뒷전이고, 새로 사준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을 때, 아내는 공부 안 하는 큰 아이에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하고 화를 냈습니다. 그런데 저는 책에서 하는 말처럼, 제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성공의 공식이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아이에게는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신, 아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지 먼저 물어봤습니다. 나의 옳음을 주장하기보다 관계를 더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 이것이 바로 감정조절의 시작이었고,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내 가치관을 강요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관계 회복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의 의견으로 40대 가장에게 "옮음"이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생존 데이터"이기도 합니다. 거친 사회생활을 이겨내며 쌓아온 "공부를 해야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조언은 경험적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것이 어쩌면 방임으로 이어질까 두려운 것이 부모의 솔직한 심정일 것입니다. 책은 '관계'를 강조하지만, 때로는 '옳음'을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핵심 역할이기도 하며, 관계를 위해 훈육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인정욕구, 스스로 채우는 실천법
40대 중간관리자는 누구나 느끼는 부분이지만 위에서는 성과 압박을 가하고, 아래서는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정작 저의 공로는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괜히 서운한 마음을 가질 때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내면의 단단함을 키우라고 합니다. 외부의 인정이 없으면 금방 바닥이 드러나는 그릇은 늘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 다짐한 것이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오늘 내가 지켜낸 원칙, 성실하게 보낸 시간을 스스로 격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내 자리를 지키느라 고생했고 열심히 했다"라는 자기 위로가 가능해질 때, 타인의 무심함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멘털을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의 그릇이 말하는 핵심은 결국 "나를 먼저 이해하고, 그 여유로 타인을 품는 것"입니다. 40대라는 시기는 가장 많은 사람을 품어야 하는 시기인 만큼,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내 그릇 안의 찌꺼기를 비워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적용하기 참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상사평가로 보상받는 곳입니다. "나는 정말 대단하다"라는 자기 스스로의 격려만으로 버티기에는 연봉협상, 승진 탈락, 인사고과라는 실질적인 타격이 너무나 크다고 생각합니다. 인정에 대한 욕구를 다스리라는 말은 어쩌면 현실 안주나 자기 합리화로 흐를 위험도 있습니다. 40대 직장인은 사회적 성취가 결국 생존과 연결되기 때문에 내면의 평화 만을 강조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의 본성인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을 너무 쉽게 개인의 수양 부족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우리들이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번에 읽고 있는 "어른의 그릇"은 단번에 읽기보다, 일주일에 하나씩 천천히 곱씹으며 제 삶에 적용해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게 아니라, 꽤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저의 말과 생각, 태도를 정화해 나가는 수양의 여정입니다. 여러분도 지금 직장과 가정에서 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면, 이 책과 함께 마음공부를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떠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