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호로위츠의 『하드씽』은 화려한 성공 신화 대신, 사업과 삶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겪는 처절한 고통과 선택을 거짓 없이 담아낸 책입니다. 40대 직장인이자 두 딸을 둔 가장으로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수많은 결정의 순간마다, 저는 이 책이 던지는 질문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앞으로 제 일터와 가정에서 정답 없는 난제들을 마주할 때마다 타협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는 기준으로 삼고자 합니다.
맹목적인 낙관보다 솔직하게 공유해야 하는 위기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거나 집안의 가장으로 살다 보면 힘든 상황을 혼자 감당하려는 습성이 생깁니다. 부하 직원들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 혹은 가족들에게 든든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안 좋은 소식은 숨긴 채 혼자 속으로 고민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하지만 벤 호로위츠는 위기가 찾아왔을 때 리더가 솔직하게 상황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해야 조직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작년에 담당하던 프로젝트가 크게 꼬여 스케줄이 엉망이 되었을 때, 같이 참여한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혼자 수습하려다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켰던 적이 있습니다. 뒤늦게 사실을 알고 함께 밤을 새워 문제를 해결해 준 동료들을 보며, 혼자 짐을 짊어지는 것이 책임감이 아니라 오만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가정에서도 아내에게 회사 일을 일절 말하지 않다가 표정 관리가 안되고, 별거 아닌 일에 화를 내면서 괜한 집안 분위기만 냉랭하게 만든 경험이 있었습니다. 다만 저자는 회사의 생존이 걸린 긴박한 스타트업 위기 상황을 전제로 이야기하다 보니, 조직의 일상적인 소통과 신뢰 구축 과정에 대해서는 다소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실의 직장 생활에서는 매번 극단적인 위기 상황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무작정 모든 악재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때로는 조직의 불안감을 필요 이상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소통의 목적은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지 책임을 분산하거나 불안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황의 엄중함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되 조직의 불안을 통제하는 조절이 현실에서는 더욱 중요한 리더십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으로 남으려는 집착이 부르는 위험
직장에서 관리자 역할을 하다 보면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거 같습니다. 쓴소리를 해야 하는 순간에도 관계가 서먹해질까 봐 돌려 말하거나 문제 행동을 눈감아주곤 했습니다. 책에서는 어설픈 온정이 오히려 조직 전체를 망가뜨린다고 경고합니다. 지난달 팀원 업무 평가에서 부진한 성과를 낸 후배에게 마땅히 해야 할 지적을 건너뛰고 모호하게 다독여주기만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나중에 보니 그 후배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전혀 깨닫지 못했고, 그 부족했던 부분을 메워야 했던 다른 팀원들은 불공정함을 느끼며 불만이 쌓였습니다. 나쁜 사람이 되기 싫다는 이기심이 조직의 기준을 무너뜨린 셈이었습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등학생 두 딸이 약속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넘겨 떼를 쓸 때, 귀찮고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갔던 일들이 떠올라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냐오냐하며 넘어간 타협이 결국 아이들의 좋은 습관을 망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지나치게 성과 중심의 미국식 자본주의 관점에 치우쳐 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끌어내는 데는 명확한 지식만큼이나 따뜻한 공감과 기다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냉정한 결단력만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구성원들을 단순히 성과를 내는 도구로만 바라보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지적은 날카로워야 하지만 그 바탕에는 성장에 대한 진정성이 있어야만 단단한 조직이 만들어집니다.
정답 없는 삶에서 필요한 나만의 중심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깔끔하고 완벽한 해답이 존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직장에서 이직을 고민할 때나, 부서의 방향성을 정할 때, 심지어 아내와 두 딸의 교육 문제나 집안의 재정 계획을 세울 때도 늘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벤 호로위츠는 아무도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는 그 막막한 순간을 버텨내는 힘이야말로 리더의 진짜 자질이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최근 회사 조직 개편 과정에서 팀의 업무 범위를 조정할 때, 어느 쪽을 선택해도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기로에 섰습니다.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치며 고민한 끝에, 당장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팀의 경쟁력을 지키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정을 내린 후에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지만, 그것이 바로 책에서 말한 책임의 무게임을 깨달았습니다. 딸아이의 학원 문제를 둘러싸고 아내와 의견이 갈릴 때도 정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서로의 가치관을 맞춰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자가 제시하는 극복 방식이 다소 개인의 압도적인 정신력과 결단에만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개인이 겪는 심리적 고통이나 슬럼프를 단순히 '견뎌내야 할 과제'로만 치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듭니다. 정답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력 무장이 아니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지지해 줄 가족과 동료라는 울타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