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버이자 작가인 단희쌤의 《최소한의 은퇴공부》를 읽고, 막연했던 노후 준비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재테크 기술을 넘어 마흔 이후의 삶을 어떻게 재설계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지침을 알려줍니다. 앞으로 책에서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회사에만 올인하던 삶에서 벗어나 나만의 자립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나가려 합니다.
마흔, 회사의 울타리를 의심하다
매일 아침 지옥철에 몸을 싣고 출근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늘 불안했습니다. 대기업 과장으로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고, 초등학생 두 딸의 학원비와 아파트 대출금을 갚다 보면 한 달이 뚝딱 지나갑니다. 하지만 마흔을 넘어서며 주변 선배들이 하나둘 밀려나는 모습을 보니 '과연 이 회사에 내 미래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단희쌤은 책에서 회사가 주는 월급의 달콤함에 중독되어 은퇴 준비를 미루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저 역시 내 직급과 명함이 영원할 것처럼 착각하며, 정작 회사를 떠났을 때 홀로서기 할 준비는 전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매달 들어오는 고정 수입에 안주하며 정작 중요한 인생의 후반전 설계를 방치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책의 조언을 무조건 맹신하기에는 한국의 40대 가장이 처한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당장 내 콘텐츠를 찾고 1인 지식 기업가가 되라고 쉽게 말하지만, 하루 12시간 넘게 회사와 가정을 오가는 직장인에게 그것은 또 하나의 과로일 뿐입니다. 퇴근 후 파토가 난 몸으로 두 딸과 놀아주고 아내와 집안일을 분담하고 나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체력은커녕 멍하니 TV를 볼 시간조차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현실적인 시간 확보와 체력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없이 마음만 조급하게 만드는 부분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저에게 큰 경종을 울렸습니다. 이제는 회사 업무에만 매몰되지 않고, 하루 딱 30분이라도 나만의 콘텐츠를 고민하는 시간을 확보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돈보다 무서운 은퇴 후의 고독
돈만 많으면 은퇴 생활이 행복할 거라 믿었던 저에게 이 책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단희쌤은 경제적 자립 못지않게 '관계의 은퇴공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돌이켜보면 제 인간관계의 90%는 회사 동료나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만약 내일 당장 명함을 잃어버린다면, 사적으로 편하게 연락해 술 한잔 기울일 친구가 몇 명이나 남을지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주말에 거실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저를 보며 아내가 "회사 일 안 할 때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라고 물었을 때, 딱히 할 말이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은퇴 후 준비되지 않은 채 집안에만 머물게 된다면, 아내와의 갈등은 불 보듯 뻔하고 커가는 딸들에게는 잔소리만 하는 외로운 아버지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책의 이런 지적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은퇴 후 관계'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포장한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책에서는 새로운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선한 영향력을 나누라고 하지만, 평생 조직 생활만 하며 상명하복에 익숙해진 40대 한국 남성이 갑자기 사회에 나가 수평적인 관계를 맺기란 여간 어색한 일이 아닙니다. 나이와 경력을 내려놓고 낯선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법에 대한 실질적인 훈련법이 부족해 뜬구름 잡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의 변화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우선 집에서부터 아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두 딸의 사소한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연습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조차 소외당하는 은퇴 가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작은 실천으로 준비하는 홀로서기
책에서 제안하는 은퇴 준비의 핵심은 거창한 사업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실행'입니다.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나의 경험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훌륭한 노후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은퇴 준비라고 하면 수억 원의 노후 자금을 모으거나 상가 건물을 사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금액의 압박에 시작도 하기 전에 지레 포기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내가 가진 직장 생활의 노하우, 혹은 아이들을 키우며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조차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당장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내 삶의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다만, 책에서 말하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식의 희망 고문은 조금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SNS에 글을 몇 개 쓴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되거나 은퇴 대안이 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유튜브나 블로그를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몇 달 동안 조회수가 나오지 않아 상처만 받고 접는 동료들을 수없이 보았습니다. 책은 성공한 사례만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며 그 과정에 들어가는 지독한 인내와 실패의 쓴맛은 다소 축소한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환상을 갖지 않고 지극히 현실적으로 접근하려 합니다.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퇴근 후 노트북 앞에 앉아 하루를 정리하는 글쓰기를 습관화하는 것, 그것이 제가 이 책을 통해 삶에 적용할 가장 단단하고 확실한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