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영, 김지영 작가의 《끝까지 해내는 사람들》은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버텨내고 결국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현실적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늘 결심만 하고 끝까지 해내지 못해 자책하던 제게, 이 책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스템과 마음가짐의 설계가 핵심임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회사에서의 프로젝트는 물론, 두 딸아이의 아빠로서 가정에서 다짐한 계획들을 끝까지 해내기 위해 책에서 제안하는 삶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의지보다 강력한 일상의 루틴화
책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는 힘이 결코 대단한 정신력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저자는 위대한 성취를 이룬 이들일수록 오히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지루한 루틴'을 몸에 익혔다고 강조합니다. 회사에서 인사고과 시즌이나 대형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을 때, 처음에는 의욕이 넘쳐 밤을 새우며 열심히 하다가 결국 중반도 못 가 지쳐버렸던 제 과거가 떠올랐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 직후 딱 30분씩만 중요 기획서의 뼈대를 잡는 식으로 루틴을 만들었다면 그렇게 쉽게 번아웃이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아이에게 "책 좀 읽어라", "공부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라"라고 잔소리만 늘어놓았지, 정작 아빠인 제가 퇴근 후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만 보고 있으니 아이들에게 루틴이 생길 리 만무했습니다. 결국 끝까지 해내는 힘을 기르려면 거창한 각오를 새로 다질 것이 아니라, 삶의 구조 자체를 자연스럽게 변할 수 있도록 자동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이 '루틴의 힘'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조금은 답답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마치 루틴만 잘 짜놓으면 모든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대한민국 40대 직장인의 삶이라는 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러운 야근이나 회식, 혹은 아이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지금까지 쌓아놓은 하루의 루틴은 야속하게도 쉽게 무너져 버립니다. 매일 완벽한 루틴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 자체가 오히려 "오늘 하루 망쳤으니 이번 계획은 끝이야"라는 식의 또 다른 포기를 하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책의 조언을 무조건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예기치 못한 변수로 루틴이 깨졌을 때 이를 유연하게 대체하는 '플랜 B'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보완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현실에서는 완벽한 루틴보다 깨진 루틴을 수습하는 유연함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실패의 재해석
저자들은 중간에 마주치는 실패와 슬럼프를 대하는 태도가 끝까지 가는 사람과 포기하는 사람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라고 설명합니다. 해내는 사람들은 실패를 '내가 부족한 탓'으로 돌리며 괴로워하기보다, 단지 '과정 중에 일어난 하나의 사건'으로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회복탄력성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얼마 전 회사에서 겪었던 가슴 아픈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야심 차게 기획했던 신규 사업 기획이 임원 회의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반려되었을 때, 저는 며칠 동안 무기력감에 빠져 팀원들 보기도 부끄럽고 모든 의욕을 잃었었습니다. '내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가' 하는 자책감을 떨치지 못하니, 다음 단계로 나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책의 조언대로 그 실패를 조직의 타이밍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판단하고 바라보았다면, 그렇게 마음 어려워하지 않고, 곧바로 대안을 마련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책이 말하는 '덤덤한 회복탄력성'이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차갑게 느껴져 온전히 몰입하기 힘들었습니다. 사람이 공들여 준비한 일이 무너졌을 때 깊은 좌절과 슬픔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달래주는 과정 없이, 그저 "실패는 과정일 뿐이니 훌훌 털고 일어나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을 사는 사람에게 다소 가혹한 요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여린 제 큰딸이 학교 숙제나 받아쓰기 시험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받아왔을 때, "다음번에 잘하면 돼"라는 이성적인 위로보다는 "많이 속상했겠구나" 하고 안아주는 감정적 공감이 먼저여야 아이의 마음이 회복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책이 제시하는 실패의 재해석 기법은 유용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감정적 치유의 단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간과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목표를 끝까지 완수하는 그릿의 실천
마지막으로 책은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열정과 끈기를 가지고 나아가는 '그릿(Grit)'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목적의식을 명확히 하라고 조언합니다. 내가 이 일을 왜 끝까지 해야 하는지 그 본질적인 이유를 모르면, 장거리 레이스에서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이야기를 합니다. 마흔에 접어들면서 문득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렇게 매일 치열하게 버티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가 참 많았습니다. 자산 관리 체계를 바꾸고 투자를 공부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실상 피곤하다는 핑계로 책을 덮기 일쑤였던 이유도, 어쩌면 '남들이 하니까 해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었지 저만의 명확한 목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내 가족, 즉 아내와 두 딸아이에게 경제적 안정감을 선물하고 마흔 이후의 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나의 온전한 중심이 서야만, 비로소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 그릿과 끈기를 강조하는 대목에서도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어려운 부분은 있었습니다. 책은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무조건적인 미덕으로 강조하지만, 현실에서는 '언제 포기할 것인가'를 영리하게 결정하는 전략적 포기 역시 끝까지 해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가지 않는 길을 무작정 끈기 있게 붙잡고 있는 것은 뚝심이 아니라 고집이며, 엄청난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직장 생활에서도 가망이 없는 프로젝트를 끈기라는 이름으로 붙잡고 있다가 팀 전체를 피폐하게 만드는 리더들을 종종 보았습니다. 진짜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란 무모하게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집중해야 할 단 하나의 본질에 전력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이 끈기의 가치를 강조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올바른 방향 전환과 멈춤의 기술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다루지 않은 점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