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균 작가의 『그냥 하는 사람』은 거창한 준비나 완벽한 계획보다 '지금 당장 실행하는 무모함'이 어떻게 삶을 바꾸는지 보여주는 책입니다. 40대에 접어들며 늘 생각만 많아지고 주저하던 제 삶에, 이 책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 주었습니다. 앞으로는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기보다, 매일 아침 아주 작은 일부터 '그냥 시작하는 실행력'을 삶의 제1 원칙으로 삼아 움직이려 합니다.
완벽의 함정과 시작의 용기
우리는 나이가 들고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질수록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 자꾸만 멈칫하게 됩니다. 특히 40대의 한국 직장인 남성이라는 위치는 더욱 그렇습니다. 회사에서는 중간관리자로서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하고, 가정에서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얼마 전 부서 내에서 새로운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몇 주 동안 첫 페이지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끙끙 앓았던 적이 있습니다. 시장분석 데이터를 더 보완해야 할 것 같고, 발생할지 모르는 리스크를 모두 예측해 완벽한 방어책을 세워야만 기안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강박증에 시달린 것입니다. 결국 마감 직전까지 아무것도 실행하지 못해 스트레스만 쌓여가는 제 모습을 보며 깊은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저의 멱살을 붙잡고 "완벽하려는 태도야말로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일침을 가합니다. 작가의 말대로 진짜 성과는 완벽한 계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단 세상에 던져놓고 부딪히며 수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저를 포함한 많은 직장인들이 '준비 부족'을 핑계로 실행을 미루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것은 실패했을 때 마주하게 될 비난이 두려워 숨어버리는 비겁한 자기 방어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타이밍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며, 80%의 부족함이 보이더라도 일단 첫 발을 내딛는 무모한 용기가 현실을 바꾼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물론 작가의 이런 '묻지 마 실행 주의'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리스크 관리가 생명인 기업 현장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그냥 해보자"며 밀어붙이는 것은 자칫 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무책임한 도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계획을 짜느라 흘려보내는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일단 조잡한 기획안이라도 만들어 현장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 훨씬 밀도 높은 생존 방식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기획서의 글자 하나에 연연하기보다, 핵심 아이디어만 가지고 빠르게 유관 부서와 소통하며 움직이는 '그냥 하는 사람'의 실행력을 제 업무 루틴에 적용해보려 합니다.
일상의 균열을 깨는 꾸준함
단순히 시작하는 것을 넘어, 그 행위를 일상 속에서 묵묵히 이어가는 '꾸준함'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우리는 흔히 대단한 성과를 낸 사람들을 보며 그들에게 특별한 천재성이나 대단한 동기부여가 있었을 거라고 짐작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남들이 지루해하는 반복을 견뎌낸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 삶을 돌아봐도 주말만 되면 초등학생 두 딸아이와 아내에게 멋진 아빠, 다정한 남편이 되겠다고 거창한 가족 여행이나 대단한 이벤트를 기획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평일에 쌓인 피로를 핑계로 몇 번 가다 말고, 결국 지쳐서 거실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악순환을 반복하기 일쑤였습니다. 거창한 계획이 오히려 일상의 지치기 쉬운 핑계가 되었던 셈입니다.
책을 읽고 난 후,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 역시 거창한 방법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은 실행의 축적이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날에만 잘하는 이벤트형 아빠가 아니라, 피곤해도 매일 밤 아이들 침대 머리맡에서 책 한 권을 그냥 읽어주는 것, 아내가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말없이 싱크대의 설거지를 그냥 끝내놓는 것 같은 사소한 꾸준함이 가족의 행복을 지탱하는 진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동기부여가 되기를 기다려서 움직이려고 하면 평생 갈 수 없습니다. 기분이 좋든 나쁘든, 몸이 무겁든 가볍든 내 감정과 상관없이 그저 정해진 시간에 묵묵히 몸을 움직이는 꾸준함이 일상에 균열을 내고 튼튼한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무조건적인 지속성'이 때로는 미련한 집착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은 조심해야 합니다.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바뀌어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신호가 명확히 오는데도, 그동안 해온 것이 아깝다는 이유로 혹은 그냥 하던 대로 해야 마음이 편하다는 매너리즘 때문에 멈추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따라서 제가 실천하고자 하는 꾸준함은 맹목적인 반복이 아닙니다. 매일 아이들과 소통하고 아내의 짐을 나누되,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유연하게 조율해 나가는 '영리한 꾸준함'이어야만 지치지 않고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바꿔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의 비움과 직진의 힘
행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머릿속의 생각을 비워내는 '단순함'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아는 것이 많아지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떤 선택을 하든 앞뒤 재는 것이 너무 많이 진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하면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같은 수많은 잡념이 행동의 발목을 잡는 것입니다. 제 주변의 한 동료는 몇 년 전부터 자산 관리를 위해 미국 주식이나 부동산 공부를 해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습니다. 매일 퇴근길에 관련 유튜브를 보고 두꺼운 경제 서적을 읽곤 했지만, 시장이 고점이라서, 혹은 세금 제도가 불리해서 같은 수십 가지 이유를 대며 정작 단 1만 원어치의 주식도 사지 못하는 상태로 머물러 있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아 스스로를 그 자리에 가둔 격입니다.
『그냥 하는 사람』의 저자는 이러한 과잉 생각을 단칼에 잘라내고 무조건 앞으로 직진하라고 조언합니다. 행동하기 전에 온갖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현명함이 아니라, 실행력을 갉아먹는 독소에 가깝다고 지적합니다. 저 역시 그동안 재테크든, 건강 관리든, 새로운 취미든 간에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할 확률부터 계산하며 스스로 포기했던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생각을 더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아예 정지시키고 몸을 던져야 합니다. 한 번 물속에 뛰어들어야 수영을 배우듯, 일단 저질러놓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다만, 아무런 철학이나 중심 없이 그저 생각 없이 직진만 하는 삶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잘못된 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주장은 다소 과격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인생의 중요한 변환점이나 장기적인 자산 투자 같은 영역에서는 분명 치밀한 이성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90% 이상은 그렇게까지 거창한 고민이 필요 없는 일들입니다. 운동화를 신을까 말까 고민할 시간에 운동장 한 바퀴를 그냥 뛰는 것이 낫듯, 삶의 사소한 영역에서부터 잡념의 전원을 끄고 즉시 행동으로 직진하는 마음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40대라는 무거운 나이를 가장 경쾌하고 활력 있게 살아가는 비결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