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할 때 더 많이 생각하면 해결책이 나온다고 생각하십니까? 밤새 걱정에 머리를 굴리면 어느 순간 답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이 많아질수록 불안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잡생각들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사실을 몸으로 깨닫게 된 건 책 한 권을 읽고 나서였습니다.
멈춰 있는 동안 불안은 자랍니다 — 재무현황을 직접 들여다본 날
동료나 지인이 부동산,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그날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자괴감이라고 해야 할까, 성실하게 월급을 모아 온 제 선택이 한순간에 어리석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특히 밤이 되어 혼자 조용히 있다 보면 '지금이라도 빚을 내서 뭔가를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고, 정작 다음 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출근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때 행동은 불안을 이긴다에서 "행동하지 않은 대가는 반드시 본인이 치르게 된다"는 문장을 보게 되었고, 무척이나 뜨끔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타인의 성공이라는 결과만 보면서 그 이면에 존재하는 레버리지 리스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좋은 결과만 생각하며 부러워했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가지 행동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엑셀에 저희 가계의 현금 흐름(Cash Flow)을 정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고정 지출 항목, 매달 남는 여유 자금, 현재 자산 구성을 구체적으로 적어 내려갔더니 막연했던 경제적 공포가 조금씩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객관적으로 느낀 것이 세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로 타인의 투자 성과는 리스크가 배제된 결과만 보여주는 잘못된 정보라는 것, 두 번째로 근로소득은 투자 실패 시 버텨줄 안전망이자 가장 확실한 방어막이라는 사실, 세 번째로 막연한 공포는 숫자로 구체화하는 순간 통제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장의 중압감, 한탄으로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 중압감과 마주하는 법
교육비는 해마다 올라가고, 부모님 부양비 부담도 커지고, 은퇴 시점은 점점 다가옵니다. 제가 경험한 가장의 중압감은 딱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닥쳐왔을 때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내가 아프면 우리 가족이 어떻게 되나'라는 생각은 건강에 확신이 없었던 저로서는 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하는 것조차 두렵게 만들었고, 그 스트레스를 퇴근 후 술자리로 해소하려는 패턴이 반복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저는 행동이 아닌 한탄을 선택하고 있었습니다. 머릿속에서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 행동이 불안을 이긴다에서는 이것을 존재하지 않는 공포에 속아 현실에 안주하는 마음이라고 표현하였고, 정확히 저의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를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은퇴 후 최소 생활비를 아내와 함께 계산해 봤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내 연금 알아보기 서비스를 통해 예상 수령액을 확인했고, 개인연금 수익률도 따져봤습니다. 숫자를 직접 확인하니 막막하게만 느껴지던 노후가 적어도 그렇게 비관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나름 계획을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다음은 건강검진 예약이었습니다. 종합건강검진 예약을 하는데 몇 분 걸리지 않았지만, 그 몇 분을 수개월 동안 미루고 있었습니다. 검진을 미루는 행위는 리스크를 피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키워서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걸 이미 알면서도 말입니다. 그리고 식단 기록 앱을 내려받아 그날 먹은 음식부터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작은 행동이었지만, 그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하게 확실한 통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행동이 늘어날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결정을 기다리다 타이밍을 놓치기 전에 — 의사결정을 단순하게 만드는 방법
15년 차 중간관리자로 일하다 보면 의사결정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판단을 내려야 할 때, 혹은 까다로운 후배 직원에게 엄격한 피드백을 줘야 할 때 저는 종종 머뭇거렸습니다. 속으로는 '내 결정이 틀리면 어쩌지', '꼰대처럼 보이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결단을 하루, 이틀씩 미루게 만들었고 결국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고민하면서 느꼈던 것은 완벽한 결정을 기다릴수록 결정의 질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선택지가 줄어들고 결국 더 나쁜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빠른 결정을 위해 바꾸고자 노력한 것이 의사결정 기준 3가지만 미리 정해두고, '오늘 오후 2시까지 결론 낸다'는 데드라인을 스스로 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기준이 생기니 오히려 결정이 심플하게 나왔고, 결과도 만족하는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면담이 필요한 직원에게도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대신 메신저로 짧게 "오늘 잠시 티타임 가능할까요?"라는 메시지를 먼저 보냈습니다.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그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 한켠의 피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완벽한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움직이는 습관이 결국 더 나은 판단 능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고, 작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 자체가 다음 행동을 더 쉽게 만드는 뇌 구조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행동은 불안을 이긴다를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불안은 멈춰 있는 사람에게 더 강압적으로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저도 그걸 한참 뒤에야 이해했습니다. 가계 현금 흐름을 정리하고, 건강검진 예약을 잡고, 메신저 한 줄을 보내는 일들은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그 사소한 행동들이 쌓이면서 불안이 차지하던 공간이 조금씩 줄어드는 걸 느꼈습니다. 지금 어떤 불안을 안고 계시다면, 그 불안을 해결할 완벽한 방법을 찾기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 하나만 먼저 찾아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