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현호 작가의 《행동력 수업》은 완벽주의라는 그럴싸한 핑계 뒤에 숨어 실행을 미루는 현대인들에게 ‘선행동 후 수정’이라는 강력한 삶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마흔을 넘어서며 책임감의 무게로 인해 매사 신중하다 못해 과부하에 걸려있던 저에게, 이 책은 머리가 아닌 몸을 먼저 움직여야 인생의 판도가 바뀐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단순히 지식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장 업무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가족들과의 약속을 실천하며, 미래를 위한 자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 이 책의 행동 지침을 어떻게 적용하고 보완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생각 과부하와 직장 내 기획 업무의 정체
최근 회사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 혁신 및 부서 효율화 방안을 수립하라는 중대한 지시를 받았을 때, 저는 철저한 준비를 하겠다는 명목하에 생각의 늪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주변의 기대가 큰 만큼 관련 전문 서적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온라인 강의를 결제하며 리스크를 완벽하게 제거한 무결점의 기획서를 만들겠다고 정보 수집에만 이주일이 넘는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실패 시나리오만 그리며 첫 페이지도 채우지 못했는데, 이는 저자가 지적한 실패의 두려움이 이유인 '분석 마비' 현상이었습니다.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보수적인 조직 문화 때문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거는 방어 기제가 작동한 것입니다. 저는 완벽을 버리고 뼈대만 잡은 상태에서 팀장님께 중간보고를 드리는 '선행동'을 감행했습니다. 오히려 팀장님은 빠르게 방향을 잡아주셨고, 덕분에 불필요한 고민을 줄여 일주일 만에 최종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습니다. 실행이 결국 고민을 이긴다는 사실을 실전에서 체험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원칙을 보수적인 한국 기업 문화에 무조건 대입하기에는 엄연한 현실적 한계가 존재하므로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이 필요합니다. 40대 중간관리자라는 위치는 청년 시절처럼 과감한 도전과 실수가 '패기 있는 경험'으로 너그럽게 용서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철저한 사전 검토와 리스크 관리 없이 무작정 행동에 옮겼다가 대형 프로세스 오류나 재정적 손실을 발생시킨다면, 조직은 그 책임을 고스란히 개인에게 물어 승진 누락이나 감봉, 심지어 퇴사 압박이라는 가혹한 결과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저자의 과감한 저지르기 방식은 조직의 안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자칫 무책임한 도박이 될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는 리스크의 범위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보완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환경 통제를 통한 가장의 역할 실천
가정 안에서도 저는 늘 계획만 거창하고 실행은 미루는 부족한 가장이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이 된 두 딸아이와 아내에게 멋진 글램핑장에 가자고 큰소리를 쳐놓고는 일정과 비용, 아이들 학원 시간표를 따지느라 몇 달째 숙소 예약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주말마다 "아빠, 언제 가?"라고 묻는 아이들의 시선을 보면서도 매번 미루기만 했는데, 본질은 주말에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과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가장으로서의 '신중함'이라는 그럴싸한 핑계로 덮어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의지력 대신 환경을 통제하라는 조언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다음 달 주말 글램핑장을 즉시 결제해 버린 것입니다. 학원 조율이나 구체적인 준비물은 일단 저지른 후에 맞추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큰딸은 아빠가 약속을 지켰다며 환호했고 늘 계획에 지쳐있던 아내도 즐겁게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강제적으로 환경을 만들자마자 지금까지 미뤘던 거에 대한 고리가 끊기고 고민이 쉽게 해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다만 이 방식을 가계 재정과 가족 경영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는 상당한 비판적 관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녀들의 사교육비 지출이 급증하는 40대 가장의 위치에서, 아내와의 충분한 사전 상의 없이 충동적으로 비용을 지출하는 행위는 부부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저자는 일단 저지르고 나면 수습할 방법이 생긴다고 쉽게 말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 현실에서 대책 없는 실행은 가계 재정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 내에서의 행동력은 독단적인 돌파가 아니라, 아내와의 긴밀한 소통과 합의라는 최소한의 절차 안에서 조율되어야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자본 소득 전환을 위한 투자 망설임 극복
근로 소득만으로는 은퇴 이후의 삶과 두 딸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 저는 작년부터 부동산 경매와 주식 투자로 자본 소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재테크 서적을 수십 권 읽으며 지식은 쌓였지만, 자산이 깎일지 모른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정작 실전 투자는 단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 시장 공부를 도피처 삼아 실행을 미루던 중, 실패는 데이터가 축적되는 성공의 과정이라는 저자의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공포를 극복하고자 무작정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하는 작은 행동을 개시했습니다. 현장에서 매물을 눈으로 확인하자 모니터 앞의 고민보다 시장을 읽는 눈이 훨씬 명확해졌습니다. 작은 실행이 공포를 지우고 투자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현실적인 데이터로 바꾸어 준 것입니다.
그럼에도 실패를 단순한 과정으로 정의하는 저자의 낙관론에는 매우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40대 가장이 움직이는 투자 자본은 청년 시절에 잃어도 역전할 수 있는 소액이 아닙니다. 자칫 잘못된 판단으로 실행한 무리한 투자가 실패로 연결될 경우, 그 대가는 아내와 어린 두 딸의 삶의 기반을 통째로 흔들어버리는 복구 불가능한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중년의 실패는 사회적으로 재기의 기회가 극도로 제한되어 있기에, 저자의 호기로운 행동주의는 냉혹한 금융 시장에서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모한 돌격이 아니라, 자산의 일부만을 투입하여 실패해도 가계에 타격이 적은 '스몰 베팅(Small Betting)'을 반복하며 안전망을 확보하는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