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처음엔 '미래의 나'라는 개념이 그저 막연한 자기 계발 구호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벤저민 하디의 『퓨처셀프』를 읽고 나서, 제40대 인생이 왜 이렇게 소방수처럼 급급하게만 흘러갔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됐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내일은 달라지겠지"라고 막연히 기대하면서도, 정작 10년 후 내가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이 없으신가요? 이 책은 단순한 동기부여가 아니라, 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미래의 나와 연결되는 실천 방법을 제시합니다.
미래정체성
심리학에서 '전망(Prospection)'이란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전망이란 단순히 내일 날씨를 걱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장기적인 미래 시나리오를 그리고 그것을 현재 행동의 동력으로 삼는 인지 과정을 뜻합니다. 저는 이 개념을 접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과거의 학력이나 실수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책에서는 인간의 모든 행동이 목적론적 세계관, 즉 목표지향적이라고 설명합니다. 냉장고를 여는 것도, 학교에 가는 것도, 심지어 소셜 미디어를 보는 것도 모두 '왜'라는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피 동기(두려움)로 움직이지, 접근 동기(용기)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약 80%의 사람들이 회피나 두려움이 동력이 되어 행동한다고 합니다.
저도 40대가 되고 나서 실패가 두려워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됐습니다. 미래의 제가 원하는 모습을 먼저 정하고, 그 모습이 지금의 저를 만든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과거가 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설정한 미래의 정체성이 현재의 나를 창조한다는 역설이 바로 이 책의 핵심입니다.
미래의 나와 연결되면 현재를 수용하고 사랑하며 그 가치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나와 단절된 채 살면, 눈앞의 문제만 끄느라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소모하게 됩니다. 장기적인 미래의 나와 연결될 때, 오늘 더욱 훌륭하고 탁월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목표설정
목표나 동기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뉩니다. 바로 '접근(Approach)'과 '회피(Avoidance)'입니다. 접근 동기란 일어났으면 하는 일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고, 회피 동기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을 피하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집을 잃지 않으려고 직장에 가는 것은 회피 동기이고, 승진하려고 직장에 가는 것은 접근 동기입니다.
저는 그동안 제 인생이 대부분 회피 동기로 움직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대출금 상환, 체면 유지, 실패 회피 같은 두려움이 저를 움직이는 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이 동기가 되면 용기와 비전이 동기가 되는 것보다 낮은 수준의 의식 상태에 머물게 됩니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는 두려움은 미래에 속한 감정이며, 광고 업계가 우리의 두려움을 가지고 놀면서 상품을 판다고 지적했습니다.
미래의 나와 단절된 사람은 눈앞의 목표를 추구하거나 도파민이 잠깐 활성화되는 쾌락을 일삼습니다. 이렇게 단기적인 목표만 추구하면 미래의 나는 결국 큰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대니얼 길버트는 "어째서 우리는 미래의 내가 후회할 결정을 내리는가?"라고 질문합니다. 이 질문은 우리가 쉽게 놓치는 중요한 진실에 이르게 합니다. 즉, 미래의 나와 연결될수록 현재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연구 결과가 명확히 보여주듯이, 미래의 나를 더 깊이 연결될수록 지금 더욱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미래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깊이 생각해 보면, 풍요로운 은퇴 생활을 위해 계획을 잘 세워 효과적인 투자를 하게 되며, 열심히 운동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일탈형이나 자기 파괴적인 행위를 할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현재행동
저는 책에서 제시한 방법을 실제로 적용해봤습니다. 퇴근길에 집 근처에 차를 세우고, 20년 후 53세의 제가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와 오늘을 다시 산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상상해 봤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두 번째 삶을 사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첫 번째 삶에서 했던 잘못된 행동을 지금 하려고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하라"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세 살 된 딸아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저는 20년 후 미래의 제가 이 순간을 어떻게 온몸으로 느낄지 생각해봤습니다. 놀랍게도 눈물이 났습니다. 평소 같으면 피곤해서 멍하게 지나쳤을 순간이, 미래의 제 눈으로 보니 얼마나 소중한 금강인지 깨달았습니다. 저는 차에서 뛰어내려 딸아이를 껴안고 함께 술래잡기를 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걸 느꼈습니다.
미래의 나를 현재로 불러와 살아가면서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평소에 저를 짜증나게 했던 일들이 사소해 보였고, 지금 순간에 몰입하게 되면서 전에는 짜증스러웠던 일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제 행동은 더욱 친절하고 관대해졌습니다. 미래의 나는 지금 이 상황을 현재의 나와 다르게, 더 현명하게 처리할 것입니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고, 특정 시간에 전송되도록 예약해두기
- 매일 아침 "20년 후 나라면 오늘 어떻게 행동할까?" 자문하기
- 단기 쾌락(소셜 미디어, 충동 소비 등)을 미래의 나 관점에서 재평가하기
- 미래의 내가 감사할 습관(운동, 학습, 관계 투자)에 시간 배분하기
이렇게 미래의 나와 연결되면 지금 이 순간이라는 금광을 더 잘 이해하고 감수하게 됩니다. 미래의 내가 가진 눈으로 지금의 삶을 보면 이전에는 보지 못한 기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라고 합니다. 여기서 선택적 주의란 우리가 기대하고 관심을 두는 대상만 인식하고 경험하게 되는 인지 메커니즘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집중하는 대상이 확장되고, 기대하는 것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는 "외부 세계에서는 수백만 가지 상황이 펼쳐지지만, 내가 관심을 두는 것만 내 경험이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여러분의 모습이 무엇이든, 바로 지금이 미래의 여러분에 대한 증거입니다. 미래의 나에 대한 믿음과 집념이 얼마나 큰지는 여러분의 행동과 생각을 통해 증명됩니다. 미래의 나를 명확하게 보고 그 모습에 전념하면, 모든 생각과 행동은 목표라는 필터를 거치게 됩니다.
저는 이제 '전략적 포기'를 시작했습니다. 관성적으로 참석하던 술자리,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 억지로 유지하던 인맥, 당장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도파민 위주의 습관들은 모두 미래의 제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었습니다. 미래의 나에게 자산이 될 건강과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제 삶의 불필요한 노이즈들을 과감히 덜어내고 있습니다.
리더십 전문가들은 "전념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술이며, 우리가 지금 무엇에 전념하고 있는지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알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행동이 바뀌는 이유는 정체성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정체성은 자신이 가장 전념하는 모습이고, 정체성의 바탕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비전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념하는 비전이 달라질 때 정체성은 즉시 달라지고, 생각과 행동도 바로 달라집니다.
미래의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장애물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래의 나에 전념한다면, 그 과정에서 직면하는 모든 일은 여러분을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어 줍니다. 완전히 몰입하고 믿음을 갖는다면 기어코 길을 찾아내고 만다는 것이 제 경험입니다.
결국 이 책이 하는 약속은 명확합니다. 지금 당장 미래의 내가 될 수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스터 비스트의 놀라운 성공도 그가 원했던 미래의 나에 전념한 결과였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놀라운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저처럼 딸아이와 보낸 시간처럼, 여러분도 오늘 당장 낡은 패턴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 첫 단계가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정하고, 지금 그 모습이 되는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이 책은 '현재의 희생'을 과도하게 정당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재의 모든 즐거움을 '비용'으로 치부하다 보면, 정작 지금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가족과의 소소한 행복이나 40대 만의 정취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듭니다. 인생은 목표를 향한 경주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향유해야 할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나를 존중하되, 현재의 나 또한 학대하지 않는 중용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