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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실천법 (공리주의, 칸트, 롤스)

by yoo12191 2026. 3. 1.

솔직히 저는 회사에서 인사개편 회의에 참석하기 전까지, '정의'라는 단어가 이렇게 무겁게 느껴질 줄 몰랐습니다. 인건비가 높은 부장급 한 명을 정리하면 신입사원 5~6명을 지킬 수 있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떠올랐습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 논리로는 신입사원들을 지키는 게 맞지만, 정작 대상자인 부장님에게 이것이 과연 정의로운 선택일까요? 이 책은 바로 이런 현실의 딜레마를 2,400년 철학사를 통해 명쾌하게 정리해 줍니다.

공리주의는 왜 현실에서 위험한가

제러미 벤담이 주장한 공리주의(Utilitarianism)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도덕의 기본 원칙으로 삼습니다. 여기서 공리란 사람이 직접 경험하는 쾌락과 고통의 총량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사회 전체의 행복을 수치로 계산해 가장 큰 쪽을 선택하자는 논리입니다.

제가 회사에서 직접 겪은 상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부장 한 명을 내보내고 신입 5명을 살리는 결정은 표면적으로 공리주의에 부합합니다.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함정이 있습니다. 벤담의 논리대로라면 부장 한 명의 고통보다 신입 5명이 얻는 이익이 크니 정당하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남은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사기 저하라는 '보이지 않는 비용'은 계산에서 빠집니다.

마이클 샌델이 책에서 제시한 트롤리 딜레마가 바로 이 문제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전차가 5명의 인부를 치려는 순간, 핸들을 돌려 1명만 죽이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면 대부분은 그렇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육교 위에서 뚱뚱한 남자를 밀어 떨어뜨려 전차를 막고 5명을 살리라고 하면 거부감을 느낍니다. 둘 다 '1명 vs 5명'이라는 같은 공리주의 계산임에도 말입니다.

제가 실제로 성과급 배분 회의에 참석했을 때도 비슷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모든 팀에 똑같이 나눠주자는 의견과, 특별히 성과를 낸 팀에 더 주자는 의견이 충돌했습니다. 공리주의로는 답을 낼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균등 배분을 하게 되면 전체 팀원의 평균 만족도는 높지만, 핵심 성과자의 박탈감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차등 배분을 하게 되면 성과자의 만족도는 극대화되지만, 나머지 팀원의 불만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샌델이 지적하듯 공리주의의 가장 큰 약점은 '인간의 기본 권리를 계산의 문제로 환원'시킨다는 점입니다. 테러리스트 용의자를 고문해 폭탄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면, 한 명의 고통으로 수백 명을 살릴 수 있으니 정당하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하지만 만약 그 테러리스트가 입을 열지 않아 그의 어린 딸을 고문해야 한다면? 공리주의는 여전히 '허용'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공리주의가 왜 위험한지 명확히 깨달았습니다.

칸트가 제시한 대안, 그리고 현실의 한계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결과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공리주의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도덕의 근원을 의무에서 찾습니다. 그가 제시한 정언명령(Categorical Imperative)은 조건 없이 따라야 하는 보편적 도덕 법칙을 의미하며, 이는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옳기 때문에 행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칸트에게 인간은 결코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대우받아야 하는 존재이기에, 아무리 조직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 하더라도 무고한 개인을 희생시키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인 가언명령(Hypothetical Imperative)은 ‘성공하려면 인맥을 쌓아야 한다’와 같이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부 지침에 불과합니다. 반면 정언명령은 자신의 이익이나 평판과 무관하게 ‘정직해야 한다’는 무조건적 의무를 부여합니다. 칸트는 오직 이러한 의무감에서 비롯된 행위만이 진정한 도덕적 가치를 지닌다고 보았는데, 이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는 40대 직장인에게 매우 준엄한 잣대가 됩니다.

이러한 칸트의 철학은 연말 실적 보고를 앞둔 직장인의 고뇌 속에서 구체화합니다. 인센티브를 확보하고 승진 가점을 챙기기 위해 데이터를 유리하게 가공하려는 유혹은 전형적인 가언명령의 발로입니다. '성과급을 받기 위해 정직을 잠시 유보하겠다'는 논리는 정직이라는 가치를 보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킵니다. 그러나 칸트의 관점에서 정직은 결과와 상관없이 지켜야 할 인간의 도덕적 의무입니다. 비록 동기들보다 승진이 늦어지고 경제적 실익을 놓치더라도, 보편적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하청업체와의 단가 협상 과정에서도 칸트의 질문은 이어집니다. 회사의 비용 절감과 이익 극대화라는 명분 아래 파트너사를 압박하는 행위는, 상대방을 우리 회사의 수익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공리주의는 다수의 주주와 직원을 위해 소수의 하청업체가 희생하는 것을 효율이라 부르지만, 칸트는 그들 역시 각자의 삶을 영위하는 목적 그 자체임을 상기시킵니다. 상생이라는 실리적 목적 때문이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가 앞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 부장님들의 정리해고 건을 놓고 고민할 때, 칸트의 철학은 나에게 명확한 답을 던져주었습니다. "그분들은 회사의 목표 달성을 위한 소모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입니다." 하지만 냉혹한 경영의 현장은 나의 철학적 고찰과는 사뭇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회사는 결국 효율의 논리에 따라 인적 쇄신을 단행했고, 나는 칸트가 지향하는 숭고한 이상과 비정한 현실 사이의 간극을 뼈저리게 실감해야 했습니다.

결국 칸트의 정언명령은 직장 생활의 고단함을 해결해 주는 정답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현실과 타협하려 할 때마다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가시와 같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우리가 단순히 조직의 부품으로 취급받지 않고, 스스로 도덕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자유로운 주체임을 증명하는 고귀한 징표일지도 모릅니다.

롤스가 제시한 대안, 그리고 현실의 한계

존 롤스(John Rawls)는 칸트의 철학을 현실에 적용할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의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개념은 원초적 계약 상황에서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정의의 원칙을 정하자는 것인데, 쉽게 말해 '내가 가난한지 부자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른다고 가정하고 공정한 사회 규칙을 만들자'는 사고실험입니다. 롤스는 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두 가지 원칙에 합의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언론·사상의 자유 같은 기본권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보장하자는 평등의 원칙과 경제적 불평등은 가장 약한 사람에게 이익이 될 때만 허용하자는 차등의 원칙입니다.

저는 성과급 배분 문제를 롤스의 관점으로 다시 봤습니다. 만약 제가 어느 팀에 속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규칙을 정한다면 아마 '기본 금액은 모두 동일하게, 추가 성과급은 회사 전체 실적이 좋을 때만 차등 지급'이라는 안에 동의했을 겁니다. 실제로 이 방식을 제안했고, 다수가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롤스의 논리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그는 재능조차 '우연'이므로 개인 소유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마이클 조던이 농구를 잘하는 것도, 빌 게이츠가 사업을 잘하는 것도 모두 타고난 재능이니, 그 성과를 사회 전체가 나눠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제가 밤새워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으로 계약을 따냈을 때, 동료가 "그건 네가 말을 잘하는 재능이 있어서지, 우리 팀 전체의 성과야"라고 말한다면 제 노력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롤스의 철학은 이상적이지만, 개인의 노력과 성취를 지나치게 희석시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정의에는 완벽한 공식이 없다는 것입니다. 공리주의는 효율적이지만 개인의 존엄성을 무시할 위험이 있고, 칸트는 이상적이지만 현실 적용이 어렵고, 롤스는 공정하지만 개인의 성취를 과소평가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정말 정의로운 결정을 내리려면, 숫자만 보지 말고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마이클 샌델이 책 말미에서 강조하듯, 정의는 '토론과 숙고'를 통해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다음에 어려운 선택 앞에 선다면, 이 책에서 배운 세 가지 잣대로 상황을 다각도로 분석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DNGDz8EW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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