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대 연봉을 받는 대기업 친구가 정작 매달 카드값에 치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그게 그냥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바로 느꼈습니다. 고소득자가 곧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 토마스 J. 스탠리의 "이웃집 백만장자"는 미국 부자 1,000명을 직접 추적 조사한 데이터로 이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합니다.
소비습관, 억대 연봉인데 왜 통장은 늘 비어있을까
저도 한때 "많이 벌면 자연스럽게 모이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연봉이 오를수록 씀씀이도 함께 올라가는 걸 제 주변에서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 이야기가 딱 그 케이스입니다. 억대 연봉을 받고 있으니 주위 부러움을 사지만, 매달 카드값과 대출 이자를 정산하고 나면 실제로 남는 돈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 물어봤더니 답은 명확했습니다. 주말 골프 모임, 만나는 사람들과 급을 맞추기 위한 명품 의류, 자녀를 보내는 고액 영어 유치원까지, 이른바 '품위 유지비'가 소득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였습니다.
책에서는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하는데, 소득이 높아질수록 지출 수준도 함께 상승하여, 결과적으로 저축 여력이 늘지 않는 현상을 말합니다. 소득이 올랐는데도 자산이 쌓이지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습니다.
그런데 "이웃집 백만장자"가 조사한 실제 미국 백만장자들은 이와 정반대의 삶을 살았습니다. 10년 된 차를 몰고, 하위 중산층 동네에 살면서,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자수성가 사업가가 책에 등장하는데, 그가 말한 한마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에게 큰 모자는 없지만 손은 많이 있습니다." 겉으로 부자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로 자산을 쌓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뜻입니다.
책에서 부자들이 공통적으로 정해놓은 원칙으로 첫 번째로 소득 대비 훨씬 검소한 지출 유지하기, 두 번째로 시간, 에너지, 돈을 자산 축적에 집중 배분하기, 세 번째로 사회적 지위 과시보다 재정적 독립을 우선시하기, 네 번째로 지출 예산을 철저히 세우고 통제하기입니다.
연봉 1억을 벌어도 9천만 원을 쓰는 사람은, 연봉 5천만 원에 2천만 원을 저축하는 사람보다 결국 더 가난해집니다. 얼마를 버느냐보다 얼마를 덜 쓰느냐가 먼저라는 이야기입니다.
자녀교육, 자녀에게 명품 신발보다 먼저 가르쳐야 할 것
회사 같은 팀의 이 부장을 보면서 저는 꽤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본인은 점심값도 아끼는 편인데, 자녀에게만큼은 최신 스마트폰, 명품 운동화, 해외 어학연수까지 무리해서 지원해 줍니다. 옆에서 보기엔 참 따뜻한 부모지만, 결과를 보면 자녀가 돈의 무게를 전혀 모르는 소비 습관을 자연스럽게 행하고 있었습니다.
"이웃집 백만장자"에서 부자 부모들은 자녀에게 경제적 자립심(financial independence)을 가르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유산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경제적 자립심이란, 타인의 금전적 지원 없이 스스로 소득을 창출하고 자산을 관리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실제로 미국 백만장자의 자녀 중 상당수는 부모로부터 경제적 보조를 거의 받지 않고 자립했다는 데이터가 책에 담겨 있습니다.
제가 직접 이 대목을 읽으면서 솔직히 뜨끔했습니다. 저 역시 아이가 원하는 걸 거절할 때마다 '기 죽이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돈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라는 걸 몸으로 익히게 하는 것이, 나중에 큰돈을 물려주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교육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 저는 책의 관점을 그대로 따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느낍니다. 한국에서 학벌이 여전히 사회적 자산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교육비 지출을 단순히 과소비로 보기엔 입시 구조가 너무 복잡하다고 생각하지만, 구분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습 역량을 키우는 교육 투자와, 또래 집단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불안에서 비롯된 소비는 성격이 다릅니다. 전자는 투자이고 후자는 그냥 지출일 뿐입니다.
국내 통계를 보면, 가구 월평균 교육비 지출은 2023년 기준 약 21만 원 수준이지만, 사교육 참여 가구만 따지면 월 50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많습니다(출처: 통계청). 교육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지출이 실제 자녀의 역량 강화로 이어지는지를 냉정하게 따지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자산관리, 40대,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타 부서 친한 동료 이야기를 하자면, 그 친구를 포함해 주변 40대 가장들 대부분이 평일에 회사에서 온 힘이 소진되고, 주말에는 맛집을 찾거나 넷플릭스로 시간을 보내는 패턴을 반복합니다. 재테크라고 해봐야 남들이 좋다는 주식이나 코인을 제대로 분석도 안 하고 따라 사는 수준이 대부분입니다.
저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맨날 바쁘다는 핑계로 내 돈이 어디서 새는지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그러다 주말에 맛집 검색하는 시간에 자산 포트폴리오를 한 번만 더 들여다봤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꽤 오래 남았습니다.
"이웃집 백만장자"에서 부자들은 주당 상당한 시간을 자산 운용 계획과 투자 공부에 할애한다고 합니다. 특히 절세 전략(tax planning)을 세우기 위해 회계사나 세무사 같은 전문가와 정기적으로 상담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아끼는 것이 아니라, 번 돈이 어떻게 빠져나가는지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막는 개념입니다.
또한 책에서는 자산 배분을 강조하는데 주식, 채권, 부동산, 현금 등 다양한 자산군에 자금을 나누어 배치하여 위험을 분산하고 수익을 안정화하는 전략입니다. 실제로 미국 백만장자들은 자산의 약 20%를 상장 주식이나 뮤추얼 펀드에 투자하고, 21%가량을 개인 사업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유지했습니다.
물론 40대 직장인한테 "시간 내서 투자 공부해라"는 말이 때로는 너무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도 압니다. 회사에서 치이고, 집에 오면 육아가 기다리는 상황에서 자기 시간을 내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복잡한 분석 없이도 꾸준히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자동화된 투자 방식, 예를 들면 인덱스 펀드나 연금저축 같은 구조를 먼저 세팅해 두는 것이 현실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 중 장기 분산 투자를 실천하는 비율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출처: 한국금융투자협회). 부는 운이 아니라 철저한 계획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데이터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결국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딱 하나 기억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버는 것보다 덜 쓰고, 내 돈이 어디서 어떻게 불어나는지 최소한의 공부를 하는 것. 대단한 투자 기술이 아니라 이 세 가지 태도가 40대 한국 가장에게 가장 현실적인 출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창한 목표보다 지금 당장 가계 지출 항목 하나를 들여다보는 것이, 진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