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완벽한 원시인 실천법 (무기력, 야식, 고립)

by yoo12191 2026. 5. 24.

솔직히 저는 주말마다 소파에 누워 유튜브만 보며 시간을 허비하는 스스로가 게으른 인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족들 눈치가 보여도 몸이 말을 듣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청의 책 '완벽한 원시인'을 읽고 나서, 그게 게으름이 아니라는 걸 처음으로 납득했습니다. 우리 뇌는 아직도 10만 년 전 사바나 초원에서 살아남으려는 원시인의 뇌라는 겁니다.

무기력, 주말 소파족이 된 가장, 정말 게으른 걸까요

주말 오후에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있는 40대 가장, 즉 우리들의 모습, 주변에서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아니면 본인이 그 당사자이실지도 모릅니다. 저의 모습이 딱 그랬습니다. 가족들한테 미안하면서도, 정작 몸은 꼼짝도 하지 않는 그 이상한 상태 말입니다.

완벽한 원시인에서는 이 현상을 진화적 불일치(Evolutionary Mismatch)라고 부르는데, 인간의 신체와 뇌가 원시 환경에 맞게 설계되어 있었지만, 현대 환경은 너무 빠르게 바뀌어버린 탓에 몸이 오작동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요컨대, 하드웨어는 구형인데 소프트웨어만 억지로 업그레이드된 상황입니다.

원시 시대에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비하는 건 곧 굶어 죽는 일이었습니다. 사냥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칼로리를 최대한 아끼는 것이 생존 전략이었죠. 평일 내내 직장에서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탈탈 털린 현대인의 뇌는 주말이 되면 원시인의 논리대로 강제 셧다운을 걸어버립니다. 아내의 따가운 눈총도 아랑곳없이 손가락 하나 까딱 못 하는 그 상태, 사실 뇌 입장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생존 반응이라는 겁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있습니다. 이 진화론적 설명이 집안일이나 육아를 외면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세상에 아내도 직장을 다니거나 독박 육아로 똑같이 소진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이론을 이해했다고 해서 편하게 누워 있는 게 해결책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짧게라도 몸을 움직이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뇌의 회복에도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야식, 밤 11시 배달 앱을 켜는 손, 왜 멈추지 못할까요

저녁을 든든하게 먹었는데도 왜 밤 11시만 되면 치킨 같은 야식이 먹고 싶은지 아십니까? 저는 이것을 의지력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완벽한 원시인에서는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이 핵심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뇌에 위험 신호를 보내고 고칼로리 식품을 갈망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원시 시대에는 환경이 척박하고 먹을 것이 부족할수록 지방과 탄수화물을 몸에 최대한 축적해 두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현대인이 직장에서 받는 만성 스트레스는, 원시 뇌에게 "지금 환경이 위험하니 열량을 저축하라"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제 경험상, 밤에 배달 앱을 켤 때 실제로 배가 고픈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상사한테 치이고, 야근을 마치고, 집에 들어서도 마음이 풀리지 않은 날에 유독 야식 충동이 강했습니다. 뇌가 음식이 아니라 감정적 위로를 요구하고 있었던 거죠.

완벽한 원시인에서 제안하는 답은 놀랍도록 단순합니다. 식사 순서를 바꾸는 것입니다. 혈당 스파이크(Blood Sugar Spike)를 막는 것이 핵심인데, 채소를 먼저 먹고, 단 음식은 식사 후에 먹는 것만으로도 이 충동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저는 이 부분에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습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건강한 수단 없이 "이건 뇌의 착각이야"라는 이해만으로 야식 습관이 절대 바뀌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진화론적 설명은 스스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결과가 아닙니다. 산책이든 짧은 스트레칭이든, 몸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루틴을 같이 만들지 않으면 야식 충동은 계속 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

고립, 퇴근 후 주차장 차 안에서 시동을 끄는 이유

퇴근하고 집 앞 주차장에 도착한 뒤, 바로 들어가지 않고 차 안에서 한참을 앉아 있는 아빠들. 이 모습이 낯설지 않은 분들이 꽤 계실 겁니다. 저도 솔직히 그럴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학원 가고 없는 아이들, 짧은 인사만 오가는 아내, 정작 오늘 하루의 고단함을 털어놓을 곳은 아무 데도 없다는 느낌말입니다.

원시 시대 남성들은 매일 함께 사냥을 나갔습니다. 목숨을 나누는 동료가 있었고, 밤에는 모닥불 주위에서 고기를 나누며 부족적 유대감을 확인했습니다. 완벽한 원시인에서는 이럴 때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흔히 '사랑 호르몬' 또는 '결속 호르몬'이라 불립니다. 문제는 현대의 가장에게 이 호르몬이 분비될 기회 자체가 구조적으로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직장에서는 경쟁을 해야 하고, 집에서는 철창처럼 벽으로 막힌 아파트 안에서 각자의 방으로 흩어집니다. 모닥불 대신 각자의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는 나날들이 반복됩니다. 이 구조적 고립이 쌓이면 만성적인 우울과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 이 외로움의 원인을 온전히 세상 탓이나 가족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제가 보기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춘기 아이들과 대화가 끊겼다면, 어쩌면 바쁘다는 이유로 먼저 말을 걸지 않은 날들이 쌓인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먼저 어색하게 말을 건네 봤는데, 처음엔 짧게 대답하던 아이가 며칠 지나니 조금씩 길게 대화를 나누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유대감은 환경이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한 걸음 다가가야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무기력하고, 야식을 끊지 못하고, 가족 안에서도 외로운 건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10만 년 전 설계된 뇌가 오늘의 환경에 반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결책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내일 아침 15분만 햇볕을 쬐고, 저녁에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두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QCY-AqOB8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