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안티프래질(Antifragile)》은 단순히 충격을 견뎌내는 것을 넘어, 충격과 무작위성을 동력 삼아 더 강해지는 삶의 태도를 제안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예측 불가능한 회사 생활과 변화무쌍한 가족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시스템의 취약성을 줄이고 우연한 기회를 포착하는 삶의 공식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 커리어와 자산 관리, 그리고 아이들 교육에 이르기까지 제 삶의 불확실성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안티프래질’한 삶을 실천해보고자 합니다.
바벨 전략과 나의 커리어
나심 탈레브가 제안하는 ‘바벨 전략’은 극단적인 두 위험을 조합해 중간의 어중간한 상태보다 훨씬 안전하면서도 큰 기회를 노리는 방식입니다. 책에서 조언하는 방법은 한쪽에는 극단적인 안전을, 다른 한쪽에는 제한된 위험 속의 극단적인 선택을 배치하는 것입니다.
이 개념을 접하고 문득 대기업 차장으로 근무하는 제 동기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 친구는 늘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라며, 주말도 반납하고 고과를 잘 받기 위해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데 온 에너지를 쏟아부었습니다. 중간 지점에서 적당한 안정감을 유지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 셈입니다. 하지만 탈레브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프래질(취약)’한 상태입니다. 회사의 구조조정이나 가차 없는 인사고과 시스템 같은 큰 충격 한 번에 삶의 기반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 진정한 안티프래질을 커리어에 적용한다면, 낮에는 직장에서 주어지는 본업을 완벽하고 안전하게 수행하되, 퇴근 후나 주말에는 실패해도 내 인생을 망가뜨리지 않을 수준의 작은 사이드 잡이나 글쓰기, 전문 기술 습득 같은 자기 계발에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는 직장에서 안전한 중간 관리자의 위치에 안주하며 가늘고 길게 가는 것만이 정답이라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변화가 심한 고용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 커리어를 비롯한 다른 능력도 있어야 한다는 것에 확신이 들었습니다. 평일의 루틴은 온전히 지키되, 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1인 지식 창업이나 소규모 콘텐츠 제작처럼 실패해도 리스크는 적고 성공하면 삶의 여유를 가져다줄 수 있는 영역에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가변성과 두 딸의 교육
나심 탈레브는 작은 충격과 가변성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시스템을 더 큰 파멸로 이끈다고 경고합니다. 즉,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과잉보호된 환경은 예기치 못한 작은 바이러스에도 쉽게 무너지는 나약함을 낳는다는 뜻입니다.
집에 돌아와 거실에서 숙제 문제로 투덜대는 초등학생 두 딸을 보며 이 이야기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아이들이 행여나 친구 관계에서 상처를 받거나, 학업 스트레스로 낙담할까 봐 매번 앞장서서 장애물을 치워주려고 하는 그런 아빠였습니다. 아이들이 실패의 쓴맛을 보지 않도록 학원 스케줄을 꼼꼼히 짜주고, 사소한 갈등도 어른의 시각에서 조율해 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잉보호는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은커녕 변화에 지극히 취약한 존재로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현실 세계는 부모가 만들어 놓은 탄탄대로가 아니며, 어른이 되어서 마주할 사회는 훨씬 더 거칠고 무수한 변수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교육 방침을 바꾸어 아이들에게 ‘ 결핍과 작은 실패’도 경험해 볼 수 있게 해보려고 합니다. 사소한 다툼이나 성적이 떨어지는 경험을 부모가 대신 해결해주지 않고, 스스로 고민하고 좌절했다가 다시 일어서는 면역력을 키워주기로 아내와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깨끗하게 깔려있는 안전한 길이 아니라,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꺾이지 않고 깊게 뿌리를 내리는 강인 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일상의 작은 가변성을 겪으며 스스로 단단해질 수 있도록, 한 걸음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인내심 있는 아버지가 되고자 노력하려고 합니다.
부의 부정법과 자산 관리
무언가를 더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보다, 취약한 요소를 걷어내는 ‘부정법(Via Negativa)’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생존할 확률을 훨씬 높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 옳은지 알기는 어려워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원리를 제 자산 관리와 투자 성향에 적용해 보았을 때, 가슴 아픈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몇 년 전 주변에서 주식이나 코인으로 수억을 벌었다는 소문이 돌 때, 저 역시 마음이 조급해져서 잘 알지도 못하는 레버리지 상품에 손을 댔다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노동 소득에서 자본 소득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핑계로, 정작 제 자산 구조가 가진 ‘치명적인 취약점’은 검토하지 않은 채 화려한 수익률에만 집착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부의 안티프래질은 대박을 터뜨리는 기법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산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을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예컨대 과도한 담보대출이나 감당하기 힘든 부채를 줄이고,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불필요한 지출을 과감하게 줄이는 부정법의 실천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폭락해도 내 가정이 길거리에 나앉지 않을 만큼의 단단한 현금 흐름과 안전마진을 확보해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결국 생존이 담보되어야 다음 기회도 있는 법입니다. 앞으로는 화려한 투자 비법을 찾아 기웃거리기보다, 제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가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취약한 문제점들을 하나씩 끊어내는 부정법의 지혜를 철저하게 적용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