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L 콜린스의 《부에 이르는 가장 단순한 길》을 읽고, 회사 생활과 두 딸의 교육비 사이에서 늘 계산기를 두드리던 제 삶의 방식이 크게 뒤바뀌었습니다. 이 책은 복잡한 투자 기술 대신 '단순함'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시장을 이기는 법을 가르쳐 주며, 불안했던 마흔의 제게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저는 시장의 소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책에서 제안한 방법대로 단순한 그릇에 가족의 미래를 담아 묵묵히 채워나갈 생각입니다.
노예의 삶을 바꾸는 독한 자금
대한민국에서 40대 직장인 남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늘 보이지 않는 외줄 타기를 하는 기분일 겁니다. 얼마 전 회사에서 상반기 조직 개편과 함께 인사고과 시즌이 다가왔을 때, 동료들과 담배 한 대 피우며 나누었던 대화는 온통 살아남는 것에 대한 불안뿐이었습니다. 팀장이 무리한 지시를 내려도,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우리는 허허 웃으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매달 빠져나가는 아파트 담보 대출 이자와 아이들 학원비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본이 없는 직장인의 삶은 냉정하게 말해 회사에 저당 잡힌 노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JL 콜린스가 말한 'F-You Money(독한 자금)'는 단순히 사표를 던지기 위한 돈이 아니라, 내 삶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벽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이 매력적인 개념을 한국의 현실에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몇 가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처럼 이직과 재취업이 유연한 사회에서는 몇 년 치 생활비만으로도 당당해질 수 있겠지만, 한 번 궤도에서 이탈하면 재기가 어려운 한국의 고용 시장에서는 '독한 자금'의 기준이 훨씬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직장을 그만두기엔 초등학생 두 딸을 키우는 가장으로서의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따라서 제가 현실적으로 적용할 방향은 회사를 당장 그만두는 호기가 아니라, '이 돈이 있으니 나는 언제든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전기반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소비를 통제하여 저축률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것부터 시작하려 생각합니다. 매번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주말마다 쇼핑몰에서 목적 없는 소비를 하던 습관과 외식을 과감히 잘라내기로 아내와 합의했습니다.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쓰던 비용을 줄여 내 삶의 자유를 사는 진짜 자금을 먼저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시장을 이기는 가장 단순한 인덱스
제 주변에도 주식 투자를 한답시고 온종일 스마트폰 화면의 빨간 불, 파란 불에 영혼을 빼앗긴 동료들이 수두룩합니다. 옆 부서 김 과장은 테마주에 올라탔다가 한 달 만에 반토막이 나 한숨을 쉬고, 어떤 이는 해외 기술주 레버리지 상품에 손을 댔다가 밤새 미국 증시를 보느라 늘 피로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저 역시 과거에는 남들이 좋다는 급등주나 펀드 매니저가 추천하는 액티브 펀드에 기웃거리며 단기 수익을 좇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는 방법을 알지 못해 주변에서 하는 대로 따라 했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늘 시장 평균보다 못했고, 제 마음만 황폐해질 뿐이었습니다. JL 콜린스는 복잡한 분석이나 타이밍 맞추기는 전부 환상이며, 그저 미국 전체 시장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 하나만 사서 묻어두는 것이 가장 높은 수익을 주는 단순한 길이라고 확언합니다. 자본주의가 성장하는 한 시장은 우상향 한다는 본질을 믿으라는 뜻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이런 투자방법도 있구나 싶었지만,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는 강한 의구심과 비판적 시각도 있었습니다. 저자의 조언은 철저히 지난 수십 년간 강한 힘을 쥐고, 우상향해 온 미국 시장의 역사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공식을 한국 증시(코스피)에 그대로 대입했다면 지난 10년간 박스권에 갇혀 피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또한, 책에서는 시장이 50% 폭락해도 절대 팔지 말고 견디라고 쉽게 말하지만, 막상 내 자산의 절반이 날아가는 폭락장을 맨 정신으로 버텨낼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 듭니다. 이론은 완벽하지만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다소 간과한 비현실적인 조언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함을 버려야 한다는 그의 철학만큼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시장 대신 전 세계 자본이 모이는 미국 시장의 전체 인덱스펀드(ETF)를 매달 적립식으로 매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매일 주가를 확인하며 감정을 낭비하는 대신, 그 시간에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고 아내와 동네 산책을 한 바퀴 더 도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두 딸에게 물려줄 진정한 자산
주말에 거실에서 깔깔거리며 노는 초등학생 두 딸아이를 보고 있으면, 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팍팍하겠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대한민국 부모들의 흔한 불안 심리 때문에, 제 아내도 아이들을 유명 영어 학원이나 수학 경시 반에 보내야 하지 않겠냐며 불안해하곤 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한 달에 수백만 원씩 사교육비로 지출하며 미래를 저축하지 못하는 가정이 허다합니다. 《부에 이르는 가장 단순한 길》에서 저자는 자녀에게 비싼 교육이나 유산을 물려주려고 애쓰기보다, 돈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와 복리의 마법을 일찍 깨우쳐 주는 것이 최고의 유산이라고 말합니다. 복리는 시간이 만드는 기적이며, 어릴 때 시작할수록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부분도 이야기해 보자면, 사교육을 완전히 끊고 돈의 가치만 가르치라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교육 환경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뒤처지는 것을 뻔히 보면서 "너는 나중에 복리의 마법을 누릴 테니 걱정 마라"라고 방치할 부모는 없습니다. 따라서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분별한 선행학습이나 남들 하니까 따라 하는 사교육비를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두 딸의 명의로 된 주식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줄 때 단순히 과자를 사 먹으라고 주는 것이 아니라, 이 돈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기업의 지분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우리가 자주 먹는 아이스크림 회사 주식을 사볼까?" 하며 대화를 나눕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대학 간판 하나보다 수십 년간 복리로 불어난 인덱스펀드 계좌와 돈을 통제할 줄 아는 단단한 지혜를 손에 쥐여주는 것, 그것이 가장 서툴지만 따뜻한 아빠로서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라고 생각하며, 저뿐 아니라 주위의 많은 부모들이 그렇게 자녀를 키우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