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 후 소파에 앉아 있는데 가족 목소리가 소음처럼 들린 적 있으십니까? 저는 되돌아보면 그 순간이 저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러웠지만, 그게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였습니다. 곽정은 작가의 어웨어니스는 '내 마음이 본래 깨끗했다'는 전제에서 시작합니다. 문제를 없애려는 게 아니라,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 읽고 나서 작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사춘기 아이와의 거리, 문제는 소통이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공부를 소홀히 하거나 대화를 피하기 시작했을 때, 저는 꽤 자주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당시에는 그게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솔직히 제 불안을 해소하려는 행동에 더 가까웠습니다. 내 아이가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오히려 강압적인 태도로 먼저 튀어나온 것입니다.
어웨어니스에서 말하는 알아차림(awareness)은 바로 이런 부분을 이야기합니다. 알아차림이란 내 마음에서 지금 어떤 감정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평가 없이 관찰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감정을 없애거나 억누르는 게 아니라, '아, 지금 불안이 올라오고 있구나'하고 자연스레 인식하는 것입니다. 먼지가 붙으면 먼지임을 알고 털어내면 그만이듯, 불안도 알아차리는 순간 더 이상 그런 감정이 행동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논리입니다.
저도 아이들이 의견을 말하려고 할 때 말을 끊는 일들이 가끔 있었습니다. '아직 어린애 말이니 내 말이 맞아'라는 선입견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겁니다. 책을 읽고 나서 의식적으로 먼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고, 아이들은 조금씩 더 말을 먼저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자녀를 통제하려는 마음은 나의 불안 해소용'이라는 관점이 맞는 경우도 있지만, 교육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내 불안이냐, 아이를 위한 것이냐'를 나누기보다, 감정을 먼저 알아차린 뒤 부모의 권위를 유지하면서 아이의 독립성도 지키는 커뮤니케이션을 선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업무 분리가 필요한 이유
새 프로젝트를 맡은 이후로 몇 달간 퇴근 이후에도 머릿속이 회사에 있는 것처럼 복잡했습니다. 가족과 거실에 앉아 있으면서도 회사에 미처 해결하지 못한 업무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어쩔 땐 아이들 목소리가, 아내 목소리가 내 생각을 방해하듯이, 진짜로 소음처럼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사실이 너무 싫었는데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어웨어니스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역할을 바꾸라고 제안합니다. 퇴근 후 현관문을 열기 전 가벼운 심호흡을 하고 직장인의 자아를 내려놓는 연습을 하라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저에게도 꼭 필요하다 생각이 들어 책의 내용처럼 정말 의도적으로 노력을 했던 거 같습니다. 회사 갈 때 '직장인 스위치 켜기', 집에 돌아올 때 '아빠 스위치 켜기'라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렸고, 그 결과 마음가짐도 표정도 달라지는 것을 느꼈고, 퇴근후나 주말에 가정에서 회사 업무에 대한 생각을 점점 줄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직장생활에서 이미 하루 종일 에너지를 다 쓴 40대 남성에게 퇴근 후 또 다른 의지력을 발휘해 '아빠로서의 자아로 전환한다'라고 하는 건, 잘못 받아들이면 또 하나의 숙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의 의지력에만 기대는 것보다, 퇴근 후 20~30분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 같은 것으로 기분을 전환하는 루틴을 함께 만들면 이 스위치 전환이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퇴근 후 원래 내리는 버스 정류장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일부러 천천히 걸어가며 회사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기분을 전환하는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이어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착각
직장에서 수치스러운 일을 겪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도, 가장이라는 이유로 감정을 꾹꾹 눌러왔습니다. 그렇게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급격하게 무기력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감도 같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고, 억누른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쌓여갔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곤 했습니다.
어웨어니스에서는 자비 명상(Metta Meditation)을 기초로 이 문제를 이야기를 합니다. 자비 명상이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존재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내는 수행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나 자신을 사랑의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책은 강조합니다.
물론 유교적 가치관이 강하게 남아있는 한국 기업 문화에서 리더가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리스크가 있습니다. 내면에서는 자기의 힘든 부분을 충분히 허용하되, 외부에 표현하는 방식은 사회적 위치와 관계를 고려한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취약한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기 치유의 과정이고, 그것을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드러낼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분노가 자주 일어난다면, 그건 성격이 예민해서가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탐욕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물질적 욕심이 아니라 '이래야만 해'라는 자기만의 기준일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웨어니스가 제시하는 것은 결국 하나입니다.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관찰자로 서는 것.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하루 5분, 현관문 앞에서 숨 한 번 고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저도 아직 연습 중이고, 여전히 가끔 소파에서 회사 업무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그 순간을 알아차리기는 합니다. 그게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