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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묘미를 읽고 바뀐 것, 현관문 포스트잇과 민망한 아이디어

by yoo12191 2026. 8. 10.

"빼곡한 메모에 내 인생 부분은 전혀 없었다"

회사에서 항상 사용하는 수첩이 있습니다. 아침 회의 시간에 오늘 할 일과 상사의 지시사항을 빠짐없이 적는 수첩이라 항상 수첩은  할 일들로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퇴근 시간에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다했는지 체크하려고 본 수첩에는 회사 일은 가득하지만 거기에 내 인생에 대한 부분은 전혀 없다는 것을 그때 깨닫게 되었습니다. 

메모 습관, 퇴근 직전 수첩에서 헛헛함을 느꼈다

오늘 아침도 출근하자마자 9시에 바로 회의가 잡혀있었습니다. 하나둘 회의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저는 수첩을 들고 회의실로 같이 들어갔습니다. 프로젝트 관련 회의와 오늘 처리해야 할 주요 업무에 대한 주제로 회의실로 모이게 되었는데, 회의가 진행이 되면 될수록 해야 할 일들과 상사의 지시사항을 계속 듣게 되고, 그만큼 저의 손은 메모를 하느라 바빠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긴 회의가 끝나고 자리에 와서 메모에 적힌 업무들을 보며 하나씩 하나씩 처리를 하다 보면 어느덧 점심 먹을 시간이 되고, 점심 먹고 또 일하기 시작하면 저도 모르게 퇴근시간이 다가옵니다.  퇴근 준비를 하고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아침 회의 때 적은 수첩의 내용을 다시 한번 보며 한일들을 체크하고 있는데 무심코 열심히 적혀있는 메모들 중에 회사 관련된 메모는 빼곡하게 있는데 여기에 내 인생에 대한 부분은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상 서랍 한구석에 매년 사용하였던 수첩들을 한번 꺼내보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어차피 해가 넘어가고 새로운 수첩을 사용하게 되면 보지도 않을 수첩인데 왜 서랍에 수첩이 7권이나 있었을까 생각하며 펼쳐보았는데 그 수첩들 역시 회사일들로 가득했고 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일을 하려다 보면 원활하게 해결을 하기 위해 메모하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자체로 허탈한 마음이 들거나 하는 그런 감정은 없었지만, 이렇게 빼곡하게 적혀있는 메모에 내 인생에 대한 부분은 전혀 없다는 사실이 순간의 허망한 마음 혹은 헛헛한 기분을 느끼게 했던 거 같습니다. 

지금 내 메모, 수첩 한 구석과 현관문 포스트잇

수첩에 내 삶에 대한 부분이 전혀 없다는 생각에 먼저 나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직도 제가 사용하는 수첩에는 회사업무로 가득하긴 합니다만, 조금 달라진 것은 그 와중에도 수첩 한 구석에는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의 생각, 이런 일들은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내용의 저의 생각도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하다가 갑자기 아이들이 보고 싶거나 생각나면 "작년에 아이들과 일본 놀러 가서 길에서 자판기배경으로 찍었던 사진을 봤는데 그때도 행복했고 지금도 너무 행복하다"라는 감정도 적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며칠이 지나서 처리했던 업무를 체크하다가 제가 쓴 메모들을 보면 잠시나마 그 감정들이 떠오르곤 했었습니다.  회사업무에 대한 부분만 적었을 때에는 수첩을 통해 감정을 느낄 일이 없었는데 저에 대한 메모를 하기 시작하면서 수첩은 제 마음을 다독여주는 소중한 수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묘한 메모의 묘미"를 보면서 메모에 대한 접근을 어렵지 않게 생각하다 보니 좋은 영향을 받아 변화된 일 중에 하나는 집에서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간단한 메시지를 포스트잇으로 적어서 현관문 앞이나 눈에 띄는 곳에 붙여놓고 올 때가 있었는데 그 내용이 아주 사소하지만 묘한 행복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출근할 때 포스트잇에 "어제 너희들 자고 있을 때 조용히 나가서 너희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사 왔어~~ 학교 다녀와서 맛있게 먹어!!!"라고 적어서 붙여놓았습니다. 그리고 출근하는 동안 아이들이 일어나서 그 메모를 보고 좋아서 냉장고에 가서 아이스크림이 정말 있는 것을 보고는 신나 할 모습을 상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났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사랑해요 우리 가족~~"이라는 사랑고백을 적은 메모도 붙여놨습니다.  이런 작은 메모로 인한 추억이 하나씩 쌓여 저를 비롯하여 우리 가족들에게 소중한 즐거움이 된다면 너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주 돌고래, 가족은 소리지르는데 나는 무엇을 적을지 생각했다

가볍게 메모를 하기 시작하면서 도움이 됐을 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어떨 때에는 프로젝트 회의를 하는데 의견이 좀처럼 모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무심코 입 밖으로 꺼내기도 민망한 내용의 대응책들을 생각 없이 적었었습니다. 근데 이후 팀장회의 때 내가 적은 내용과 비슷한 내용의 의견들이 나왔고, 그때 메모를 찾아서 "사실 관련해서 이런 아이디어도 있습니다."라고 하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후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도 못할 내용이라며 긍정적으로 검토된 적이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회의 때 별로 중요한 의견이 아니라고 적어놓지 않았다면 절대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냥 흐지부지 넘어갔을 아이디어였을꺼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메모에 집중하다 보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때도 있습니다. 가족들과 제주도를 놀러 갔을 때였습니다. 숙소 앞에 나와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예상치도 못한 돌고래 가족들이 헤엄을 치고 있는 거였습니다. 가족들 모두 너무 놀라서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그때 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메모하고 다이어리에 적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아내가 이럴 때 무슨 딴생각을 하냐고 한소리 듣기도 했습니다. 기록에 너무 신경 쓰다 보면 정작 그 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할 때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상황에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공감대인데 그런 걸 놓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는 거 같고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적으려고 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우선순위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줄이고 정리하는 메모가 더 중요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메모를 하는 습관은 유지하되, 적는 행위에 너무 집중하지 않고 함께 공감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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