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급날이 지나면 통장이 텅 비는 느낌, 한 번쯤은 다들 겪어보셨을 겁니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도 '커피값이 이렇게 비싼 게 맞나' 싶은 그 찜찜한 기분 말입니다. 저도 꽤 오래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서점 베스트셀러 매대에서 몇 달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책 한 권을 집어 들었고, 읽고 나서 작은 생각 하나가 바뀌었습니다.
마음의 풍요가 채워주지 못하는 상대적 빈곤의 무게
40대가 되면 돈을 벌어도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녀 교육비, 대출 이자, 노후 준비를 위한 재테크까지 챙기다 보면 나가는 비용이 워낙 많다 보니 결국 제 손에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직장 생활하다 보면 점심을 먹은 후 커피 한잔씩 들고 다니는 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커피값이 밥값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점심을 먹은 후 커피까지 마시는 것이 사치라고 느껴질 때면, 그냥 회사 탕비실로 가서 간편하게 마실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빙에서의 사고방식은 "동료들과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커피 한잔을 살 수 있는 충분한 돈이 지금 나에게 있다"라는 생각을 하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커피 한잔이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하는 여유를 사는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여 부정적인 마음을 차단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직원들과 커피를 마실 때에는 책의 내용처럼 이건 그냥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잠시 업무에서 벗어나 직원들과 함께 가치 있는 여유를 누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유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분명 있습니다. 40대 직장인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극도로 심한 때입니다. 내가 커피 한잔의 여유를 느끼는 동안 누군가는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자산 격차를 수십 배 벌리는 것이 지금 한국사회의 현실입니다. 개인의 심리적인 여유만 강조하는 해빙의 사고방식은 조직사회의 경쟁과 상대적 빈곤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생각했을 때에는 현실 도피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여유를 부리는 것도 경쟁과 빈곤에 의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끼는 것도 결코 좋다고 할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의 삶의 절충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부모의 불안과, 아이의 미래
40대 가장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큰 지출이 어떤 거냐고 이야기하면 다름 아닌 자녀 교육비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부모들이 어렵게 일해서 번돈을 자녀들에게 교육비로 투자하는 만큼 자녀들은 그 마음을 모르고 열심히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고, 학원을 다녀도 성적이 좋을 때보다 좋지 않을 때가 더 많이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학원문제로 비교당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다른 아이들은 다들 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 하면 더 뒤처질꺼같은 마음도 들다 보니 결국은 또 시키게 되는 것이 자녀 교육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교육비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해빙에서의 사고방식으로는 부담이 아닌 아이에게 배움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나에게 있다. 이 돈이 아이의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차피 돈을 써야 하는 거 미래에 대한 불안 보다 현재의 해줄 수 있다는 마음과 보모로서의 역할을 선택함으로써 돈을 쓰는 순간 부담이 아닌 기분 좋은 에너지를 느끼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보았을 때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기분 좋은 에너지로 연결된다는 사실이 선뜻 이해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자녀에게 교육비로 투자한다고 꼭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해빙식 사고방식은 교육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부모가 해줄 수 있다는 감정으로 덮어버리려고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고민하게 되는 것은 그 지출이 아이의 자립 능력을 실제로 키워줄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부모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지출인 건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분별하게 투입되는 지출은 부모의 노후 자금 준비를 늦추는 결과를 초래한다고도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재 감정적 만족이 아닌 미래의 가족 모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계획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위한 선물과 냉철한 현실 감각의 공존
40대 가장들은 항상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부족함 없이 해주고 싶은 마음에 돈을 많이 지출하지만, 정작 본인은 오래전에 산 옷, 구두 등 새롭게 사기보다 그냥 지금은 그렇게 필요하지 않으니 "대충 있는 걸로 쓰자"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해빙에서의 사고방식은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버는 돈이니 나에게도 투자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나를 설레게 하는 좋은 셔츠나 구두를 살 때 "나는 이런 좋은 것도 가질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다"라고 스스로를 대접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월급날 일부러 생전 사지 않았던 좋은 셔츠를 한벌 샀습니다. 그랬더니 먼가 스스로에게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가끔씩 나를 위한 선물을 해주기 시작하였고, 선물을 해줌으로써 좋은 기운을 얻고, 삶에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마음을 느끼게 됐습니다.
하지만, 좋은 기운이란 사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일시적인 감정이라고도 생각을 합니다. 물건이 주는 설렘이란 금방 적응하기 마련이고, 한번 좋은 물건을 사면 이후에는 더 좋은 것을 사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이런 소비는 가장의 어깨를 가볍게 하기는커녕 유지비용이 늘러 삶의 무게를 더 무겁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물건으로 스스로를 대접해야 자존감이 올라간다는 생각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경향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오래되고 낡은 물건을 쓰는 것이 궁상맞은 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좋은 물건을 써야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은 인간의 가치를 보이는 물건과 동일시하는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40대 가장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긍정이 아니라 냉철한 현실 감각과 유연한 태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해빙의 가치는 분명 존재합니다. 다만 그것이 재정 설계나 현실적 판단을 대체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풍요 마인드셋을 기르되, 가계부는 계속 쓰고 저축 계획도 유지하는 것, 저는 그 둘을 같이 가져가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