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아빠는 내편이 아니야 라며 방으로 돌아간 뒷모습"
아이가 방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데 저의 대응이 너무 잘못됐다는 걸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는 깨닫게 되었고, 몰랐던 것은 아이가 아니라 바로 저였다는 것을 책을 보고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대화의 기술, 알면서 잊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초등학교 다니는 두 딸들이 한꺼번에 달려와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어느 날 큰딸이 친구와 있었던 일들을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저는 아이의 이야기의 다 듣지 않고 지레 짐작한 후 도중에 말을 끊으며 친구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을 거 같으니 네가 먼저 사과하는 게 어때? 하고 조언을 해줬습니다. 제 나름대로 아빠로서 빨리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심술이 나서는 "아빠는 내편이 아니야"라고 화를 내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방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는 솔직히 아이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퇴근 후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이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빨리 대화를 끝내려고 했던 저의 조급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대화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이다 머다 하며 바쁘게 살다오다 보니 잊고 살았던 거 같고 "대화의 기술"을 읽으면서 다시 잊고 있던 것을 상기시켜 주는 거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책의 내용 중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내용은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고백이 상대의 마음을 연다는 대목이었던 거 같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본인의 솔직한 마음은 드러내지 않은 채 상대방이 먼저 솔직히 이야기하길 바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내가 먼저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 상대도 마음을 열고 이야기한다고 강조하는데 나는 과연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했었나 라는 생각을 곰곰이 하게 되었고, 책을 통해서 저의 지난 삶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오렌지 주스 한 컵과 '다시 들을께'
아이가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를 한잔 준비해서 아이 방으로 갔습니다. 조용히 들어가 오렌지 주스를 주며 "아빠가 제대로 이야기도 듣지 않고 조급한 마음에 잘못 이야기한 거 같아 미안해~사과할게~~"라고 이야기한 후 "아빠가 아까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다시 이야기해 줄 수 있어? 아빠가 제대로 들어보고 싶어서 그래"라고 이야기했더니 처음에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내가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는다는 걸 깨닫고는 신나게 이야기를 계속하였습니다. 이야기가 끝나가나 싶었는데 또 다른 주제로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저는 계속 집중해서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저는 아무 이야기도 조언도 하지 않고 아이의 이야기 중간중간에 "아.. 그랬구나.. 저런... 그래서?' 같은 추임새만 이야기하였고 아이도 덩달아 그래서 이랬고 저래서 저랬어...라는 식으로 시간 가는 걸 모르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말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애쓰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기다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어떨 때는 야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너무 피곤해서 여력이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도 아이가 다가와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그때는 제가 너무 힘들었는지 아이에게 "아빠가 회사일로 너무 힘들었어. 혹시 내일 이야기하면 안 될까?"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의 이야기가 지금도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는 너무 당연하게 "그럼~~ 아빠 힘내!! 그리고 나중에 힘든 거 다 끝나면 같이 놀아줘~~"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저는 힘들다는 이야기는 집에서 잘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왜 그런지 아이에게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거 같습니다. 그때 당시 들었던 생각은 상대가 어른이든 아이든 내가 먼저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상대방도 진심으로 생각하고 대해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목소리 톤 하나가 후배 얼굴을 하얗게 만들었다
얼마 전 후배직원이 가져온 보고서를 보며 내용이 생각보다 너무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잘못됐다고 생각 드는 부분을 지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적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불합리한 부분도 없었고 충분히 필요한 이야기였습니다만 그때 당시 이야기를 하는 저의 표정이 좋지 않았고, 목소리 톤도 너무 강한 말투였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보고서를 가지고 온 후배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돌아갔습니다. 그 이후 다시 보고서를 가지고 왔는데 후배의 분위기가 보고서 업무 개선에 집중이 되는 게 아니라 제 반응을 더 경계하는 느낌이 컸던 거 같았습니다. 후배는 필요한 최소한의 보고 외에는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저한테 혼나지 않으려고 눈치 보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저자의 이야기 중에도 비슷한 이야기의 내용이 있었는데 대화에서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이미지의 절반 이상이 비언어적 요소에서 나온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후배의 보고서 건도 마찬가지로 본의 아니게 날카로운 눈빛과 냉랭한 목소리 톤이 후배에게는 중압감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서 최소한의 배려로 내 표정과 목소리 톤을 듣는 사람이 위화감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결국 대화의 기술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달라져야 할 것은 주변사람이 아닌 바로 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