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또 하나의 자기 계발서겠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고명환 작가의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는 저에게 너무나도 큰 위로를 주었습니다. 개그맨 출신 작가가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뒤 고전을 읽으며 깨달은 삶의 지혜를 담은 이 책은, 40대 직장인 가장인 저에게 가슴 아픈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이 글에서는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세 가지 주제 "현재의 행복, 능력과 욕망의 균형, 결심 대신 시작"을 중심으로 제 경험과 생각을 나눠보려 합니다.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하는 이유
저도 다른 40대 가장들처럼 "언젠가는 올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을 희생하며 살아왔습니다. 아이들 학원비와 노후 대비를 위해 야근과 주말 특근을 마다하지 않았고, 가족과의 저녁 식사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체코 커피숍 사장의 이야기를 통해 "바라는 바가 소박했기 때문이다"라는 플루타르코스의 말을 전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박함이란 욕심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안에서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사는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개념이 얼마나 어려운지 많이 느꼈습니다. 한국 직장인의 평균 근로시간은 OECD 평균보다 연간 200시간 이상 깁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저 역시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하면서도 "조금만 더 버티면 안정될 거야"라고 되뇌곤 했습니다. 하지만 작가의 지적처럼 나중에 행복한 시간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아이가 초등학생인 지금 이 순간은 지금이 지나면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일을 그만두고 현재만 즐기라는 뜻은 아닙니다. 작가가 강조하는 건 일 자체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대학로 연극배우들처럼 돈보다 일의 의미를 먼저 생각할 때, 역설적으로 돈도 따라온다는 겁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단순히 퇴근 시간을 앞당기는 게 아니라, 일하는 시간에도 의미를 찾고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치솟는 교육비와 대출 이자 앞에서 "지금 행복하세요"라는 조언은 때로 사치스럽게 들립니다. 그래서 저는 제 상황에 맞게 지금 행복해지기 위해 저의 삶을 조금씩 조정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주 1회 이상 아이와 주변 공원을 산책하며, 맛있는 거 하나씩 먹으며 편안하게 대화하기. 두 번째로 출퇴근길 1시간 40분 동안 핸드폰이 아닌 책을 읽기. 세 번째로 주 1회 이상 와이프와 함께 산책하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기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에 행복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능력과 욕망 사이의 위태로운 균형
작가는 장자크 루소의 『에밀』을 인용하며 "우리의 불행은 욕망과 능력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불균형(imbalance)이란 내가 가진 능력보다 욕망이 훨씬 클 때 발생하는 심리적 격차를 뜻합니다. 루소는 욕망을 능력 아래 두어야 인간이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강조했습니다.
40대 직장인인 제게 이 말은 특히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주변 동기들은 벌써 임원 코스를 밟고 있고, 친구들은 재테크에 성공했다며 자랑합니다.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상대적으로 저도 모르게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라는 자책에 빠지곤 했습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약 3만 4,000달러 수준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수백억 자산가를 꿈꿉니다(출처: 한국은행). 이 차이에서 상실감과 불행이 생긴다는 작가의 분석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프랜차이즈 사업 경험을 예로 듭니다. 주변에서 "왜 600개 매장으로 공격적으로 확장하지 않냐"라고 물었지만, 그는 "난 아직 600개 프랜차이즈를 할 능력이 안 된다"는 명확한 자기 인식을 가졌습니다. 이게 바로 능력 안에서 욕망을 꿈꾸는 태도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게 패배가 아니라 오히려 다음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직장에서는 윗사람의 평가로 제 가치가 책정되고, 경쟁에서 뒤처지면 가족 생계가 위협받습니다. 타인의 기준을 완전히 무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을 바꿨습니다. 조직에서 생존하되 나만의 작은 성취 기준을 세워야겠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어렵지는 않게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몇 가지 해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매일 업무 후 20분 정도 업계 소식 접하기. 두 번째로 분기별 1회 세미나 참석하기. 세 번째로 월 1회 멘토와 식사하며 조언을 구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저의 회사 내 경쟁력도 생기고, 작은 목표를 이루고 나니 성취감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결심 대신 지금 바로 시작하기
작가는 "감정이 격할 때 하는 결심, 그 감정 사라지고 나면 잊힌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을 인용합니다. 문제는 격정에 사로잡혀 결심할 때 우리는 항상 자신의 능력치보다 훨씬 더 큰 목표를 세운다는 겁니다.
저도 매년 1월 1일이면 "올해는 책 100권 읽기, 매일 새벽 운동, 영어 공부" 같은 거창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2월이 되면 어김없이 무너집니다. 작가도 10년간 매년 "365권 책 읽기"를 결심했지만 두 달 이상 지속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7년 10월 17일 어느 날 문득 『노인과 바다』를 하루 만에 읽고 뿌듯함을 느꼈고, 그 뒤로 결심 없이 그냥 읽기 시작했더니 365일 동안 230권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도 생각해 보니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저는 작년에 "내일부터 일기 쓰기"를 수없이 다짐했지만 한 달 이상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회사에서 짜증 나는 일이 있어서 A4 용지에 감정을 마구 써 내려갔었습니다. 다음 날도 그냥 또 썼습니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고, 지금은 매일 저녁 10분씩 일기를 쓰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결심이 아니라 문득 시작한 행동이 지속 가능한 습관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안셀름 그린 신부는 "결심은 때때로 현재의 도전을 피해 미래로 도망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내일부터 책 읽기"란 사실 오늘 읽기 싫어서 내일로 미루는 것입니다. 작가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고 계획을 세우라"라고 조언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완벽주의를 내려놓게 됐습니다. 거창한 계획 없이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것, 그게 핵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행동습관을 가져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전철에 타면 핸드폰이 아닌 책을 꺼낸다. 두 번째로 집에 갈 때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계단으로 올라간다. 세 번째로 출근하면 무작정 업무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을 먼저 정리해 본다입니다. 이렇게 실천하기 쉬운 습관을 만들고 보니 결심까지 하지 않아도 무엇이든 시작하기가 쉬워졌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렬하게 됐습니다. 미래의 막연한 안정감을 위해 오늘의 확실한 행복을 희생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나의 능력을 정확히 알고 그 안에서 욕망할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는 것, 그리고 거창한 결심 대신 지금 당장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진짜 변화를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는 조금 더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